사회
"가래 묻은 마스크를 또…"코로나 최일선 의료진의 비애
입력 2020-03-22 10:59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일반 병동에 있는 의료진들도 마스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 출처 = 연합 뉴스]

"저는 8시간 근무에 평균 32번 환자 가래를 뽑아요. 그럼 환자의 침과 가래가 제 몸에 튀는 경우는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병원에선 1주일에 얇은 마스크 2장으로 버티라는데 가래가 묻은 마스크를 재활용할 수는 없잖아요."
A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김소희 씨(가명·26)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대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A병원 간호사들은 나이트근무(오후 9시30분~오전 7시30분)가 많고, 평균 간호사 한 명이 12명을 돌보는 데 비해 평균 18~24명의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 와중에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일어나 방역의 최전선이 돼야 할 병원은 '전쟁터'가 됐다. 그 '전쟁터'에서 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은 1인당 얇은 덴탈 마스크 2장으로 일주일을 버텨내야 한다.
김씨는 오후 9시30분에 출근하면 오전 7시30분까지 총 8시간동안 평균 32번 가량을 혼자 가래를 뱉지 못하는 환자들의 가래 제거를 돕는다. 대부분 기침을 참지 못한 환자의 가래침이 김씨의 온몸에 튄다. 코로나19 이전 마스크 수급 문제가 없었을 때는 마스크를 갈고, 옷을 갈아입으면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젠 새 마스크가 없다.
그나마 '일반 환자'들을 돌볼 때는 사정이 좀 낫다고 했다. 만약 코로나19 의심환자가 나오면 격리실이나 음압병동이 없어 달랑 커텐 하나로 허술한 격리를 시작해야한다. 환자와 보호자에겐 얇은 마스크 한 장 씌어줄 수 없다. 김씨는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나오면 보호자한테 마스크를 사오라고 전화를 돌리는데, 그럼 보호자가 마스크를 사오기 전까지의 시간동안 간호사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고 밝혔다.

김씨는 "원래 환자가 덴탈 마스크를 쓰고 간호사가 방역마스크를 써야하는데 병원에서 그런 여건을 맞춰주지 않는다"며 "감염내과는 전화로 '이사람 열나니까 코로나검사 해'라고 말하고 환자를 단 한번이라도 보러온 적이 없는데, 정작 환자 옆에 교대근무를 하면서 24시간동안 함께하는 것은 간호사들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씨는 또 자신의 마스크가 없는 것과 더불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도 줄 수 있는 마스크가 없다는 것이 힘든 점이라고 털어놨다. 김씨는 "마스크 공급이 막히면서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진 모두가 마스크를 아껴 쓰고 있는데 간혹 환자나 보호자가 마스크를 달라고 한다"며 "마스크를 줄 수 없는 상황에 보호자들과 실랑이가 일어날 때도 있다"고 했다.
김씨는 "사실 너무 열악해서 병원에 건의를 해볼 생각도 했었다"면서도 "(하지만) 병원이나 간호사수뇌부 등은 환자를 직접적으로 돌보고 있는 평간호사 따윈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아마 '마스크 2장을 주든지 말든지'의 태도였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방역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은 물론 일반 환자를 돌보는 모든 의료진들에게 마스크가 충분히 지급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의료진들에게 마스크가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은 '전쟁' 최전선에서 군인들에게 '철모'마저 없이 전쟁을 치르라고 하는 것과 같다"며 "의료진들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모두 힘든 상태로 불안함을 최대한 없애줘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사실 방역마스크 등 감염 예방이 되는 마스크는 의료진이 여분을 갖고 있을 정도로 최우선적으로 공급돼야 맞는 것"이라며 "현장 의료진이 몇 명이고 하루에 몇 개가 필요한 지 수요를 정확히 계산을 해봐야 하고, 그렇게 마스크를 공급하고 나면 골고루 이뤄졌는지 직접 현장에서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공적 판매 물량을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병원에 공급하려고 하고 있고 병원에서 신청을 하면 전국 병원에 골고루 분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필요한 수요에 충분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항수 대한병원협회 보험정책국장도 "현재 저희는 정말 밤낮을 지새우면서 의료현장에 마스크가 골고루 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사실 지난 9일 첫 마스크 공급이 나갔을 때는 마스크가 많이 부족해 병원에서도 많이들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류 국장은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어 아마 오는 23일부터는 마스크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 기대한다"며 "정부가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마스크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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