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코로나 확진자, 오늘 2만명 돌파할 듯…콜럼비아대, "2차대전 이후 최악 인명피해"
입력 2020-03-21 20:24  | 수정 2020-03-21 21:03
미국 주요 도시별 확진상황 인포그래픽. [사진 = 미 존스홉킨스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21일 2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9일 첫 1만명대를 넘어선 뒤 불과 이틀만으로, 하루에 5000명 이상 확진자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콜럼비아대 연구진이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이 지난 2차 세계대전이후 최악의 인명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21일 오전 6시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만9624명으로 당일 정오까지 2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19일 첫 1만명을 넘어선 뒤 20일 오전 1만5771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는 2주 전인 지난 5일 161명에서 일주일이 지난 12일까지 1274명으로 비교적 완만하게 늘었다. 이후 진단 키트 보급이 빨라지면서 또 다시 일주일이 지난 19일 1만명을 돌파했다.
최근 이틀 새 하루 평균 5000명 이상 증가하는 속도가 무서울만큼 빠르지만 역으로 이는 미국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시행하는 가운데 테스트 속도를 높이는 것이어서 반드시 나쁘게만 볼 수 없는 흐름이다.
미국 동부시간 기준 21일 새벽 6시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만9600명대를 넘어섰다. 이날 오전 중 2만명 돌파가 예상되는 상황으로, 이는 지난 19일 1만명 돌파 후 이틀만에 곱절인 2만명선을 넘어서는 것이다. [사진 = 미 존스홉킨스대]
전염병학에서는 확산 방지를 위한 기법으로 일명 '전염곡선 정상부 억누르기'(Flattened the Curve)라는 전략이 통용된다. 전염병 발발 직후 정부가 확산 방지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전염병 곡선은 뾰족한 고깔 모양으로 단기에 감염자가 급증하게 된다.
반면 초반에 정부가 휴교령, 전국민 통행금지 등 초강력 대응에 나서게 되면 이 전염병 곡선의 뾰족한 정상 부위를 마치 망치로 두드리는 것처럼 납작하고 완만하게 만들 수 있다.
초반에 이 같은 강력한 대응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국가 의료시스템 붕괴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아무런 노력 없이 확산을 놔두게 될 경우 한 국가가 감내할 수 있는 병상과 의료기기, 의료진 수 등을 곧바로 넘어서게 돼 대규모 사망자를 야기한다.
이 뿐만 아니다. 초기 의료시스템 붕괴 과정에서 의료진들까지 감염에 따른 격리와 사망으로 대응인원이 줄어든다. 결국 뒤에 완만하게 늘어나는 후속 확진자들까지 적절한 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경우 우한폐렴 초반에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가운데 후베이성과 우한시 등 대규모 발생지역을 봉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를 통해 감염곡선의 정상부를 억누르는 데 성공했지만 3259명이라는 대규모 인명피해(치명률 4.0%) 사태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이탈리아는 중국보다 더 늦게 사태 초기 정상부 억누르기에 실패한 사례다. 21일 현재 이탈리아의 치명률은 무려 8.6%(확진자 4만7021명·사망자 4032명)에 이른다.
정부의 통제가 없을 경우(붉은색 곡선)보다 완만한 통제(노란색 곡선), 초강력 통제가 있을 경우(푸른색 곡선) 감염곡선이 완만해진다. 이는 한 국가가 환자를 감내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한 매우 중요한 지연 전략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중국보다 늦은 대처로 현재 붉은색 곡선과 같은 높은 고깔 모양...
이탈리아의 전국 단위 봉쇄 조치는 지난 9일 발동된 상태로 이미 코로나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진 상황이었다.
안타깝게도 이탈리아는 통제 수준에서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중국 공안의 강력한 통제를 따라가지 못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서양문화와 사회주의 국가 문화 간 차이에서 이 같은 격차가 야기됐다는 분석이 상당하다. 심지어 중국은 다른 성도 주민들이 현상금을 걸고 지역 내 잠입한 우한 지역민들을 색출할만큼 전시 수준의 상호 경계와 배타적 태도가 극에 달했다.
한편 21일 2만명 돌파 후 미국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현지 매체들은 "향후 2주 사이에 미국이 이탈리아 모델(의료시스템 붕괴·확진자 폭증)로 갈지, 한국 모델(의료시스템 유지·확진자 감소)로 갈지 결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 감염학 전문가들은 한국이 방역당국의 투명하고 빠른 진단테스트와 시민들의 대규모 마스크 착용 효과 등으로 초반에 급격히 올라야 할 감염곡선이 한국의 의료 시스템 붕괴치 아래로 안정적으로 관리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전시에 비유해 자신을 '전시 대통령'이라고 지칭하고 나섰다. 또 민간기업들에 인공호흡기, 마스크 등 의료물자를 생산하도록 요청했다.한국처럼 자국 의료시스템이 감내할 수 있는 인계치를 조금이라도 더 높여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다급함이 묻어나오는 대목이다.
미 포천지에 따르면 이미 제너럴 모터스(GM)는 중국 류저우시에 있는 자사 생산공장에서 수술용 마스크를 제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등 다른 업체들도 정부 요청에 따라 인공호흡기 생산을 검토 중이다. 인공호흡기 핵심 부품인 모터 부문이 바로 자동차 제조사들의 차량 모터 기술과 연결돼 있다.
아울러 이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콜럼비아대 제프리 샤먼 교수와 그의 연구팀은 향후 코로나19의 미국 내 확산 규모를 시뮬레이션하면 미국 내 확진자 증가세가 바이러스 생존 환경에 불리한 여름철인 오는 7월 말까지도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현재 진단 키트로 규명된 정부 통계 상 확진자 수 대비 실제 감염이 되고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들이 11배 이상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21일 통계상 확진자 2만명을 기준으로 하면 현재 실제 확진자는 11배인 22만명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샤먼 교수팀은 통계 상 잡히지 않는 실제 확진자 수가 향후 2주간 65만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사망자 규모에 대해 샤먼 교수는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은 대신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희생자 수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미 연방정부 집계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인 전사자는 40만5000여명이다.
[이재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