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저를 민주당에서 제명해주십시요"…현역의원들 위성정당행 시동
입력 2020-03-21 13:36  | 수정 2020-03-21 14:07
더불어민주당 정은혜 의원 [사진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총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하 시민당)'으로의 이적 행렬을 시작했다. 민주당 내 '막내'인 정은혜 비례대표 의원이 가장 먼저 총대를 멨다.
21일 정은혜 의원은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저를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해 주십시오. 더불어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기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여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며 "저와 청춘을 함께한 더불어민주당에서 희생과 사랑의 씨앗을 심겠다"고 적었다. 또 "저와 같은 뜻을 가진 존경하는 의원님들께 정중히 함께할 것을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정 의원이 비례위성정당인 시민당으로 '이적' 신호탄을 쏜 셈이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불출마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시민당으로 '당적 변경'을 요청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현역 파견에 대해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시민당이 정당 투표 용지에서 상위 순번을 받으려면 현역 의원이 많아야하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시민당이 현역 의원 없이 총선을 치르게 된다면 투표 용지에서 민생당(20석)·미래통합당(10석)·정의당(6석)은 물론 의석수 1석인 국민의당·민중당·친박신당·열린민주당에도 밀려 9번째 이후 원외정당들 사이에 자리잡게 된다.
정 의원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당지도부로부터 '당적 변경'요청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내게 별도 요청은 없었다"며 "다만 민주당의 시민당 참여가 '명분'을 잃은 행위라고 나 역시 생각은 하지만, 4·15 총선에서 문재인 정부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섰다. 며칠 밤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당에 '제명'을 요청한 것은 비례대표의 경우 당의 제명 없이 탈당하면 의원직을 자동상실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 10월 이수혁 전 민주당 의원이 주미대사로 임명되자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받았다. 지난 총선에서 청년 비례 몫 공천을 받은 바 있다.
'국회 막내'격인 정 의원이 가장 먼저 총대를 메며 여타 불출마 민주당 의원들도 '자진 이적' 행렬에 참여할 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의 '의원꿔주기' 계획은 크게 난항을 겪고 있다. 후보등록일(26~27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불출마 의원들 내부에선 파견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도부의 설득에 불출마 초선 의원들은 어느정도 고민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다선들은 거부감이 크다"며 "민주당에서 오래 녹을 먹었으면서 (희생하지 않는게) 아이러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총선에 불출마하는 강창일 의원(4선)은 지난 20일 "나는 명분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비례위성정당 자체에 반대해 왔다"며 "불출마를 결심한 다선 의원들이 이유나 명분 없이 당의 명령이란 이유로 명예를 더럽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강 의원 외에도 불출마 다선 의원들 대다수가 "불출마했어도 아름답게 당 원로로 남고 싶다"며 이적을 거부하고 있다.
초선 의원들은 '눈치게임' 중이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의 시민당 참여는 역사에 기록될 일인데, 그곳으로 입당이 내 오점으로 남지않을까 우려된다. 시민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너무 안좋은 거 같다"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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