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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판 외국인 "빨리 환전해달라"…`달러 경색` 빠진 외환시장
입력 2020-03-19 17:52  | 수정 2020-03-19 20:30
코스피가 전날보다 8.39% 폭락하고, 달러당 원화값은 40.0원 떨어진 1285.7원을 기록한 19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 룸에서 직원들이 PC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호영 기자]
◆ 금융시장 쇼크 ◆
시장에 대한 공포감으로 전 세계적인 '달러 사재기'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외환시장에서 달러 고갈 현상이 심화되면서 원화값이 폭락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날 종가(1245.7원)보다 40.0원 폭락한 1285.7원에 장을 마감하며 '1300원' 턱밑까지 왔다. 이는 2009년 7월 14일 1293.0원을 기록한 이후 약 10년6개월 만에 최저치다.
게다가 장중 50원이 오르내리는 이례적인 패닉 장세였다. 오전 9시 개장 직후 1246.1원으로 소폭 반등했던 달러당 원화값은 이후 무서운 기세로 바닥을 뚫더니 한때 1296.0원까지 떨어졌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성 발언이 나왔지만 여전히 달러 매수세가 몰린 탓에 폭락세를 되돌리진 못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11일 종가 1193.0원을 기준으로는 6거래일 만에 92.5원 떨어졌다.
이날 원화값 폭락은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수를 위한 원화 매도세가 몰리면서 급격한 쏠림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6217억원 규모 순매도를 기록하는 등 이달 들어서만 총 9조5000억원 정도의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특히 그동안 주식을 팔아치운 뒤 보유하고 있던 원화까지 일시에 외환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시장에서 달러 기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보유한 달러화를 가급적 매도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강해지면서 달러 씨가 마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같은 외환시장 달러 경색은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과 관계가 깊다. 미국 국채마저 '투매'하는 현상이 빚어지면서 달러화 현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현재 달러 부족의 원인은 미국 등 역외 시장에서의 신용 경색이 근본적 이유"라고 말했다. 이 같은 달러 경색 현상은 국내 은행에서도 확인된다. 일부 시중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외화자금 조달을 시도하려 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주 들어 단기(3개월물) 달러자금 조달금리가 리보(Libor) 금리에 1.2%포인트를 더한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달러 조달 시 3개월물 금리가 리보 금리에 0.2~0.3%포인트 수준을 더한 정도임을 감안하면 큰 폭의 상승인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갑자기 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단 외화자금 조달 계획을 멈추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더 얹어 준다고 해도 발행에 성공할지 자신이 없어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만기 5년물과 같은 중장기 채권 발행은 금리조차 가늠이 안 되는 상태다. 코로나19로 해외 각국의 금융시장이 멈춰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이 5년물 달러화 채권을 통상 리보 금리에 0.8~0.9%포인트 수준을 더한 금리 수준에 발행했는데, 지금은 금리를 최소 0.4%포인트 더 줘야 한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글로벌 본드를 발행하는 기관 자체가 없는 상태여서 금리조차 예측이 불투명하다"며 "시장 공포가 특정 국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상황이기에 어느 정도까지 지속될지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만기 연장 등을 하면 은행들은 2~4개월 정도는 별도의 달러자금 조달이 없어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미국·유럽 등지에서 금융 관련 활동이 멈춰서면서 한국물을 발행하고 싶어도 발행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고 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면 달러 수급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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