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부, 증시·채권 안정에 20조+α…韓銀, 한국형 양적완화 시동
입력 2020-03-19 17:51  | 수정 2020-03-19 20:24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렸던 비상경제회의 개최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홍 부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한주형 기자]
◆ 코로나 비상금융대책 ◆
정부가 증권시장안정기금과 채권시장안정펀드를 각각 10조원 규모로 조성한 데 이어 한국은행이 1조5000억원 규모 국고채 직매입(단순 매입)을 실시하면서 '한국판 양적완화'가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 닥쳐온 만큼 실물·금융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돈 풀기'가 시작된 것이다.
한은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매가 아닌 국고채 직매입에 나선 것은 2016년 11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국고채 직매입을 두고 한은 관계자는 "그동안 여덟 차례 정도 국고채 직매입을 실시했는데 2016년과 같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채권시장이 무너진 데 따른 일시적 시장 안정화 조치로 시행된 것이지만, 한은이 앞으로 '발권력'을 무기로 본격적인 채권시장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앞서 한은은 공개시장 운영 대상 증권을 기존 국고채, 통안채 등에서 은행채,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저당증권까지 확대했다.
신용경색이 심해지면서 시중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돈줄이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 한은의 간접적인 자금 투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다양한 방안으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한은 또한 안정화를 위한 제도 시행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약 20조원에 달하는 자본시장 안정 자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채권시장과 증권시장에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증시안정기금을 각각 10조원 규모로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채권시장안정펀드는 국고채와 회사채의 과도한 금리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펀드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지급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해 운용했던 바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비상경제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2008년 당시 10조원 규모였기에 이번에는 최소한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금융권에 참여를 타진한 증권시장안정기금은 금융지주와 증권 유관기관, 증권사, 보험사 등이 참여하게 될 전망이다. 규모는 10조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적으로 5대 금융지주사가 각각 1조원씩을 투입하고, 한국거래소·한국증권금융·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과 중소형 증권사 등이 함께 2조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대형 증권사들이 1조5000억원, 대형 보험사들이 1조5000억원을 조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시안정펀드는 관례상 증시가 일정 수준으로 회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자금을 한꺼번에 모아서 운용하기보다는 부문별로 자금 투입이 필요할 때마다 운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은 위원장은 "내일 아침 은행장들과 만나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 다음주 화요일 협회장과 만나 협의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간담회를 통해 채권펀드와 증시펀드의 구체적 조성 방식과 규모를 확정 짓고 다음주 2차 회의 때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증시 안전판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요소라고 분석하면서도 국내 증시의 높은 외국인 투자 의존도 탓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에서 전례 없는 정책을 동원해 지원에 나서는 모습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한다"며 "증시에서도 시그널이 될 수 있어 주요 대형 종목과 지수 흐름이 나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적절한 대책이라는 평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투입해 매수해주는 것만큼 확실한 정책이 없다"며 "전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에서도 기업어음(CP) 매입을 발표한 것과 같은 원리로 보인다"고 전했다.
[임성현 기자 / 최승진 기자 /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