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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라운지] `키코 배상` 이사회서 진땀 뺀 은행장
입력 2020-03-19 17:44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달러당 원화값 급락(환율 급등)으로 수출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안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분쟁조정을 둘러싸고 시중은행 이사회에서 '은행법 규정에 정면 배치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인 사외이사진의 단호한 입장에 오히려 금융감독원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은행 경영진이 진땀을 빼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 시중은행 이사회에선 "피해 기업에 대한 도의적 책임이나 은행의 '동반성장' 관련 평판 리스크를 떠나 키코 배상은 법률에 위배된다"는 주장과 함께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법률 전문가 사외이사가 근거로 든 조항은 불건전 영업행위를 금지한 은행법 34조의2 등이다. 은행 업무와 관련해 고객에게 정상 수준을 넘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해선 안 된다는 내용 등이 규정돼 있다. 이 관계자는 "민사상 소멸시효가 만료된 상황에서 보상액 지급은 이 조항을 적용받게 된다"며 "금융위원회가 '줘도 좋다'고 유권해석을 해주지 않는 한 책임질 수 없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불법행위를 전제로 피해가 인정되는 배상 개념과 달리 소멸시효가 지난 키코 사안은 도의적 차원의 '보상'이라는 게 이들 논리다.

반면 금감원은 분쟁조정의 취지상 법 규정과 충돌할 가능성은 작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법 규정은 은행이 지방자치단체나 기관 금고 입찰 때 제공하는 출연금 등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불완전판매 분쟁조정에 따른 손해배상은 이익 제공 원인이 명백하기 때문에 법에 저촉될 우려가 많지 않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들의 분쟁조정 수용 결정 시한을 세 차례 연장해 다음달 6일로 정해둔 상태다. 은행 경영진은 양쪽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다음 이사회 논의 일정만 기다리는 모양새다.
앞서 금감원은 키코 피해 기업 중 대표적인 4곳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진행해 지난해 12월 6개 시중은행에 피해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이 중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 불완전판매 사건으로 중징계를 받은 우리은행만이 42억원대 권고안을 수용해 배상액을 즉시 지급했고, KDB산업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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