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택시로 통닭 75마리 대구까지 보낸 사장님
입력 2020-03-19 17:04  | 수정 2020-03-19 17:12
지난 9일 한남동 한방통닭집에서 택시로 대구의료원에 보낸 한방통닭.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19일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가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사진 출처 = 한남동 한방통닭 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대구 의료진들에게 통닭을 보낸 한 가게 주인의 미담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19일 오전 온라인상에서는 대구의료원 의료진에게 한방통닭 75마리를 보낸 서울 한남동 소재 유명 한방통닭 맛집이 화제다.
지난 11일 가게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식사도 못 하시는 대구의료원 의료진에게 한방통닭 75마리와 견과류를 보냈다"며 "택시로 보냈더니 온기가 남아있어 맛있게 드셨다고 합니다. 다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은 힘들지만 마음만큼은 뿌듯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22년간 한방통닭을 파는 이 가게는 최근 방송에서 개그우먼 이영자 맛집으로 소개가 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 이전부터 대기업 CEO, 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가게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맛집이다.

또 10여 년간 노인복지관을 통해 용산시 거주 노인들에게 한방통닭을 후원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 용산구청으로부터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미담의 주인공인 한남동 한방통닭 임성우 사장과 전화로 대화를 나눴다.
- 대구에 통닭을 보내기로 결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
▶ 뉴스를 보니까 대구에 계신 의료진들이 식사도 못한다고 나오더라. (통닭을 보내려는) 생각은 계속 있었는데 막상 하려니깐 굉장히 힘들었다. 멋쩍기도 하고. 그래도 뉴스나 방송을 볼때마다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맛있는 닭 제공해드리고 싶어서 이번 일을 결정했다.
- 대구의료원에 직접 연락을 드렸나.
▶ 사실 대구에 가본 적도 없다. 그래서 어디가 어딘지도 잘 모르는데 인터넷 찾아보니 대구의료원이 나왔다. 원래 영업을 쉬는 일요일에 구워서 직접 찾아가려고 했는데 주말보다는 평일이 낫다고 했다. 아무래도 병원 관계자분들도 더 많이 계시니까 월요일이면 더 감사할 것 같다고. 그런데 평일에는 저희가 장사를 하니까 직접 갈 수는 없었다. 따뜻하게 맛있는 상태에서 맛보게 해드리고 싶어서 택시로 보내드렸다.
- 택시 기사는 어떻게 섭외한 건가.
▶ 처음에는 원래 알던 기사님께 여쭤보고 비용도 합의를 했다. 그런데 다음날 전화가 왔다. 집에서 난리났다고. 대구 간다고 하니 기사님 집에서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 그다음에는 다니는 교회에 대구 사는 학생이 있어서 물어보니 집에 가면서 드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또 집에서 걱정이 되셔서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 결국 아는 기사님이 다른 택시 기사님을 섭외해주셨다.
- 택시 비용은 얼마나 들었나.
▶ 35만원 드렸다. 사실 돈을 드린다고 해도 다들 가기 어려워하셨다.
- 기사님이 서울에서 대구까지 이동하시는 데 얼마나 걸렸나.
▶ 가게에서 준비는 오전 9시부터 시작했고 기사님께서 오전 11시 반에 출발했다. 오후 3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다고 들었다.
- 대구의료원 관계자들 반응은 어땠는지.
▶ 좋아하셨다. 아무래도 먹기 쉽지 않은 닭이니까 더 좋아하셨던 것 같다. 관계자 말로는 해치웠다고 했다. 다행히 이영자 씨가 방송에서 방문하기도 해서 우리 가게를 알고 계셨다. 몰랐으면 이 사람이 뭐하러 통닭을 택시까지 태워서 보내나 했을 텐데. 사실 갑자기 서울에서 무턱대고 통닭 75마리 보내면 너무 민망하지 않나. 대구에 있는 집에 시키면 더 따뜻하고 비용도 절약됐을 텐데. 그래도 저희 김치랑 통닭을 꼭 드리고 싶었다. 요즘 뉴스나 방송에서 의료진들 보니깐 눈물도 난다. 많이 드리고 싶은데 닭이 나오는 개수가 제한적이라서 75마리만 보냈다.
- 견과류도 함께 보냈다고 들었는데.
▶ 지인이 명동에서 장사하는데 아무래도 코로나19 때문에 요즘 장사가 잘 안된다고 들었다. 겸사겸사해서 달콤한 견과류 종류로 50만원어치 구매해서 대구에 보냈다.
-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일주일에 2~3일 정도는 포장 판매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우리 가게가 홀이 좁다. 홀이 좁으니깐 테이블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위험할 것 같았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한동안 포장 판매만 하고 싶기도 하다. 사실 우리는 포장해가는 손님들이 많아서 이렇게 하는게 매출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손님들이 매장에 너무 많이 오는데 다 돌려보내기가 죄송하다. 보통 하루에 70~80팀 정도 오신다. 그래서 지난주 목·금·토는 매장 손님은 안받고 이번주도 금·토는 포장 판매만 한다. 뉴스에서도 이번 달이 고비라고 하니까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도 할 겸 이번달까지는 손님 많은 금토는 포장만 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임 사장은 올해 딸이 여덟 살인데 코로나19로 입학을 못 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서주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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