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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도쿄올림픽, 예정대로 개막할 수 있을까?
입력 2020-03-19 07:36  | 수정 2020-03-26 08:05

올해로 32번째를 맞는 도쿄하계올림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예정대로 7월 24일에 개막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대회 개막을 127일 앞둔 오늘(19일)도 확답은 없습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접어든 코로나19 사태의 진정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초지일관으로 대회를 정상적으로 치르겠다고 강조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정상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도 점점 힘을 얻습니다. 개최국 일본 내부에서도 취소 또는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미국을 덮친 현 코로나19 확산 추이를 볼 때 올림픽 개막 무렵까지 사태가 잠잠해지리라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지구촌이 다시 안전해졌다'는 인식이 생기려면 넉 달로는 촉박하기에 올림픽을 어쩔 수 없이 미뤄야 한다는 의견이 세를 불려갑니다.


◇ IOC "정상 개최에 전념"…아베 "무사히 예정대로 치르겠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도쿄올림픽을 계획대로 열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사실상 두 축은 IOC와 아베 총리뿐입니다. IOC와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를 대표하는 아베 총리는 한배를 탄 운명 공동체입니다.

IOC는 그제(17일)∼오늘(19일) 종목별 국제연맹(IF) 대표, 선수대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와 연쇄 화상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도쿄올림픽 개최 또는 취소·연기 의견을 수렴합니다.

그간 국제보건기구(WHO)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태도만 보이던 IOC가 적극적으로 올림픽 관계자들의 의견 청취에 나서자 태도 변화 가능성이 나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IOC는 그제(17일) 화상 회의 전 개최한 집행위원회에서 '올림픽을 예정대로 열겠다'는 가이드라인을 재확인했습니다.

각 나라 선수들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배분하는 IF 대표들에겐 지역·세계 예선전을 거쳐 6월 말까지 선수를 뽑으면 충분히 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또 "올림픽이 4개월이나 남은 시점에서 어떠한 추측도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IOC가 이번 화상 회의를 개최한 목적이 다양한 의견 수렴보다는 내부 단속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아베 총리는 14일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실현하는 것에 관해 주요 7개국(G7)의 지지를 얻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올림픽을 예정대로 무사히 치르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IOC와 일본 정부는 올림픽을 취소 또는 연기했을 때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 손실, 중계 일정 재편성의 어려움 등을 잘 알기에 되도록 올림픽을 강행하려고 합니다.


◇ 코로나 19로 취소된 올림픽 예선전 수두룩…미국 선수들 훈련장 부족 호소

최근 복싱 유럽 예선·미주 예선·세계 최종 예선을 비롯해 여러 종목이 도쿄올림픽 예선전을 연기했습니다.

야구 미주대륙 예선과 세계 최종 예선, 농구 남자 최종 예선, 3대3 농구 예선, 핸드볼, 유도, 축구 등도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예선 날짜를 모두 뒤로 미뤘습니다.

약 1만1천명의 선수가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IOC는 57%가 이미 출전권을 손에 넣었고, 나머지 43%가 남은 기간 공정한 경쟁을 거쳐 티켓을 가져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나 공평한 경쟁이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장 미국 선수들은 8주간 50명 이상 모이는 집회를 금지한 미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훈련 시설이 문을 닫은 바람에 연습장을 못 구해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런 상태로는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미국 스포츠전문잡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선수들이 대표 선발전 준비 훈련을 제대로 못 한다면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USOPC)가 도쿄올림픽 개막 연기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일본 유권자 63% "올림픽 연기해야"…"코로나19 악화에도 IOC 같은 말만 반복"

일본 국민의 생각은 아베 총리와는 정반대입니다.

아사히 신문이 15∼16일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올림픽 연기 여론이 63%를 차지했습니다. 개최 강행은 23%에 불과했습니다.

교도통신이 14∼16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69.9%에 달했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상을 지낸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 지사는 4월 말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지 않으면 도쿄올림픽은 '아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드니 마세글리아 프랑스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5월 말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 올림픽은 어렵다고 전망했고, 딕 파운드 IOC 위원 역시 IOC가 5월 말까진 올림픽 취소 또는 연기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강행 기조를 유지하는 IOC를 비난하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캐나다 아이스하키 전설 출신인 헤일리 위켄하이저 IOC위원은 "상황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책임하다"고 IOC를 정면으로 비판했습니다.

훈련, 여행, 광고 등 여러 상황이 여의치 않은데도 IOC가 무리하게 올림픽을 밀어붙인다고 봤습니다.

그리스 육상 선수 카테리나 스테파니디는 "코로나19의 대유행에도 IOC가 도쿄올림픽 연기나 취소 결정 대신 선수들에게 계속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라고만 해 선수들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려고 한다"며 "1월부터 현재까지 코로나19 상황이 크게 나빠졌는데도 IOC는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고 쏘아붙였습니다.

선수의 건강과 안전을 뒷전에 둔 것 아니냐는 불만이 IOC를 정조준합니다.

뉴욕 타임스와 AP통신 등 유력 언론도 정상 개최 회의론에 목소리를 냈습니다.

뉴욕 타임스는 "올림픽 7월 개최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냉정하게 바라봤고, AP통신은 아예 1년 연기가 타당하다고 대놓고 주장했습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코로나19 피해가 발생한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블랑코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스페인 선수들은 다른 나라 선수들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기 어렵다며 "7월 개막 예정인 도쿄올림픽을 연기해야 공정하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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