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시폭락에…은행권 ELT 판매 줄줄이 중단
입력 2020-03-18 17:43  | 수정 2020-03-18 19:58
최근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 주가연계신탁(ELT) 조기 상환이 어려워지자 시중은행들이 ELT 판매를 잇달아 중단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수수료 등 비이자 수익을 얻을 방법도 마땅치 않아 은행들로서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주요 시중은행들이 속속 ELT 판매를 중단하거나 판매액을 제한했다. 지난 12일 KB국민은행, 지난 16일엔 우리은행이 ELT 판매를 멈췄고,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당일 판매액을 정해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NH농협은행도 20일부터 ELT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판매 재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상황을 지켜본 뒤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ELT 판매를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전 세계 주요국 주가지수가 급락하면서 조기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 금융당국 규제 턱 끝까지 차올랐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국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터지자 은행들에 대해 ELT 판매를 지난해 11월 잔액 기준으로 제한했다. 11월 판매 잔액은 전 은행권을 합쳐 약 40조원에 이른다.
평소처럼 금융시장이 안정적이라면 대부분 상품이 조기 상환되지만 이번주부터 조기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 판매 여력이 거의 사라졌다. 일반적인 ELT 상품 만기는 3년이지만 6개월마다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조기 상환이 이뤄진다. 예를 들어 6개월 뒤 코스피200이 현재 수준 대비 90% 이상을 유지하면 연 3% 이자를 주는 방식이다. 한 시중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ELT 모든 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25~30% 하락했다"며 "20%만 하락했어도 6개월 전 판매한 잔액 대비 98% 이상이 조기 상환되는데 25~30% 하락하다 보니 이번주부터 조기 상환이 아예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ELT에 편입된 주가지수는 코스피200·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유로스톡스50·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닛케이225 등 5개다. S&P500지수는 지난 16일 전 고점 대비 29% 가까이 하락했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최근 한 달 새 약 35% 하락했다.

DLF 사태를 겪은 은행들이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 변동성이 심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고위험 투자 상품을 팔았다가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은행권에선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ELT 판매마저 막혀 볼멘소리가 나온다. 2018년 1.67%였던 은행 NIM은 지난해 1.56%로 0.11%포인트나 하락했다. 지난해 두 차례 인하된 기준금리가 반영된 4분기에는 1.46%까지 떨어졌다. NIM은 금융사가 자산을 운용하면서 벌어들인 수익에서 자금 조달 비용을 뺀 금액을 운용 자산의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기준금리가 최근 0.5%포인트 인하된 만큼 NIM 하락 폭은 더 클 전망이다.
일각에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초저금리 시대에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투자자들이 ELT를 찾고 있지만 규제에 걸려 투자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용어 설명>
▷ 주가연계신탁(Equity Linked Trust·ELT) :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한 은행의 신탁상품이다. 계약 기간 중 기초자산(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 가격이 정해진 조건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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