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셀코리아 넘어 `헬코리아`…외국인 이달 순매도 9兆 역대최대
입력 2020-03-18 17:41  | 수정 2020-03-18 19:51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급박한 금융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1600선이 무너졌다. [한주형 기자]
외국인이 3월 들어 코스피에서 17일까지 9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빼면서 한국 증시가 끝 모를 추락을 하고 있다. 코스피 기준 시가총액의 39%를 차지하는 외국인의 이 같은 이탈은 2010년 5월 이후 약 10년 만에 코스피 1500대 추락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것은 지난 1월 20일이다. 이때부터 외국인들은 자금을 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월 초 들어 사태가 다소 진정되며 증시도 안정화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신천지 집단감염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2월 셋째 주를 기점으로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도 코로나19가 급속도로 번지면서 자금 유출은 더 심각해졌다. 주식이라는 상품 자체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데, 이 중에서도 한국 주식은 또 위험군에 속해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부터 처분한 것이다.
사태가 '팬데믹(전 세계적 유행)' 국면으로 진입한 지난달 24일 이후 외국인들이 코스피에서 뺀 자금은 12조3300억원에 달한다. 지난 4일 단 하루를 빼놓고는 외국인은 연일 대량 순매도를 이어 가고 있으며, 9일에는 한국 증시 역사상 일 최다 순매도 기록(1조3075억원)까지 경신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처음엔 한국이 매를 먼저 맞았지만 이후엔 아시아 신흥국 전체에서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는 무차별 매도가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으로선 언제 매도가 끝난다고 말하기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과 대만에서도 외국인들은 계속 자금을 빼고 있다. 우리나라와 체급이나 경제 등 상황이 비슷한 대만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자금 및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취한 조치들이 오히려 시장의 공포지수를 높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4일과 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0.5%포인트씩 전격 인하하는 통화 정책을 내놨지만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연준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조치가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이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환기시킨 셈이 됐다"고 말했다.

원화값 급락도 외국인 자금 유출을 부채질하고 있다. 가뜩이나 위험자산 회피 모드 상태인 외국인들이 환헤징까지 해야 하니 자금을 계속 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8일 원화값은 2.2원 하락한 달러당 1245.7원에 마감됐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대돼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한국 자산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외국인들이 언제까지 팔 것이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도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에 없던 시장' 분위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외국인은 대량으로 팔고, 개인투자자들이 대량으로 사는 상황 속에서 기관의 행보가 결국 수급 상황을 결정했는데, 1500대로 추락한 18일엔 기관, 특히 연기금마저 코스피에서 팔면서 하락장이 펼쳐졌다. 외국인 매도가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 속에서,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등판하지 않는다면 코스피는 1500대가 아니라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온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이후 본격화된 주가 급락과 함께 안전자산인 국채값도 장기물 위주로 급락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 이날 국채 3년 금리는 1.050%, 국채 10년 금리는 1.502%로 각각 전일보다 2.0bp, 6.1bp 상승 마감했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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