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저택에서 부모 몰래 과외선생과 비밀연애를 하던 영화 속 여고생이 드라마에선 머리를 싹둑 자르고 엄마를 죽인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저주를 겁니다. '기생충'과 tvN '방법'에서 정반대 매력을 보여준 배우 21살 정지소(본명 현승민) 얘기입니다.
정지소는 최근 연예계에서 주목받는 20대 초반 배우입니다. 남들은 한 번 만나기도 어렵다는 봉준호와 연상호 감독 작품에 연달아 출연해 대중에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습니다.
최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지소는 "'기생충'을 찍은 것도 아직 실감이 안 나고, 연상호 작가님과도 실감이 안 난다"면서 "그때그때 '와, 내가 이런 분들과 작업을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주어진 본분에 충실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어제(17일) 종영한 '방법'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오컬트 장르를 기반으로 한 스릴러극이었습니다. 만듦새와 독특한 소재만으로 입소문을 타며 시청률 5%를 넘어섰습니다. 정지소는 극 중 한자 이름과 소지품, 사진만 있으면 사람을 죽이는 '방법'(謗法) 능력을 지닌 백소진 역을 맡아 '기생충'의 다혜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줬습니다.
"미국 영화와 드라마를 많이 봤어요. 소진이는 한국 드라마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캐릭터였지만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에선 소진이 분위기 같은 역할이 한 번씩은 꼭 나오더라고요. '패닉룸'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나 '렛미인'의 클로이 모레츠처럼요."
방법에 걸린 사람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사지가 뒤틀리며 죽습니다. 정소진은 방법하는 장면을 연기할 때 "처음엔 창피했다"고 했습니다.
"조민수 선배님처럼 굿을 하는 것도 아니고, 차 안에서 펜 하나 붙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으면 스태프분들이 차를 밀어줬어요. 저보다 남들이 하는 게 많은데 혼자 폼은 다 잡으려니 창피한 게 많았죠. 컴퓨터그래픽(CG)으로 표현된 걸 볼 땐 마냥 신기했고요. 방법 당하는 상대는 눈이 뒤집어지고 입에선 피가 나오고 하는데 내가 방법한 거라는 뿌듯함이 느껴졌어요. 소진이가 방법하는 느낌이 정적이다 보니까 힘이 안 세 보일까 봐 걱정했는데, 당하는 상대의 장면이 너무 역동적이어서 소진이가 강해 보이더라고요."
그는 그러면서도 "방법하는 연기를 할 땐 최대한 뻔하지 않게 하려고 했다. 흔치 않은 장면이고 흔치 않은 캐릭터인 만큼 매력적인 분위기를 내보고 싶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연출을 맡은 김용완 감독은 정지소가 촬영 현장에서 힘이 없을 때마다 '오디션에서 보여준 힘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그가 '방법' 오디션을 본 건 '기생충'이 개봉하고 난 뒤입니다. 정지소에게 '기생충'은 "나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준 영화"였습니다.
"'기생충'에서 다른 배우들이 물속에서 첨벙첨벙하거나 땡볕에서 액션연기할 때 저는 부잣집 딸이라고 육체적으로 힘든 걸 한 적은 없어요. 감정을 쏟아부어서 한 연기도 아니었고요. 이름이 같이 올라가는 게 기쁘다기보단 부담이 가요. 하지만 그 덕분에 절 많이 알아봐 주셔서 관심 많이 받는 만큼 열심히 연기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정지소는 어렸을 때부터 피겨스케이팅을 했지만, 초등학교 5∼6학년 때부턴 연기자 꿈을 키워나갔습니다. 아역 배우로 다수 드라마에 출연하고 동덕여대 방송연예과에 진학했으나 학교보다 현장에서 배우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해 자퇴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진로를 결정한 데 대해 "나중에 정했더라도 배우가 됐을 것 같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하나의 색깔로 판단되기보단 팔색조같이 다양한 색으로 변신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올해 목표는 더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는 거예요."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