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학교 개학 연기 기간이 총 5주로 늘어나면서 그동안 학교에 발맞춰 휴원했던 학원들이 "더는 문 닫고 있을 수 없다"며 개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휴원을 권고하면서 학원들이 따르지 않으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압박했습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자녀를 학원을 보내지 않았던 학부모들도 학습 공백 우려 탓에 다시 학원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학원가에서 지역 감염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오늘(17일) 학원가에 따르면, 국어·영어·수학 등 정규 교과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들 상당수가 이번 주에 개원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학원·교습소 휴원율은 지난 12일 42.1%였으나 어제(16일) 23.8%로 나흘 만에 18.3%포인트 감소했습니다.
총 2만5천여곳 중에 문을 열고 수업을 진행한 학원이 지난주까지는 1만4천여곳(개원율 약 58%)이었으나, 이번 주 들어서는 1만9천여곳(개원율 약 76%)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4천600여곳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대표적인 학원 밀집 지역인 강남·서초구의 학원 휴원율은 16.95%에 그쳤습니다. 메가스터디학원·종로학원·청솔학원 등 대형학원 상당수도 전날 개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학원 휴원율 하락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개학 연기 브리핑에서"'사회적 거리두기'에 학원도 협조하고 동참해 주실 것을 다시 한번 호소하고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교육부가 국세청·경찰·소방 등과 함께 대형학원 위주로 현장 점검에 나서 휴원을 압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학원가에는 초·중학생 대상 수업은 쉬고 고등학생 수업만 부분적으로 열거나, 자율 등원하라고 공지하고 등원하는 학생에게만 수업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서울의 한 수학학원 강사는 "고등학생이 40명 정도 다니는데 자율 등원하라고 했더니 어제 22명이 왔다"면서 "학부모들께서 '마스크 착용 등 방역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느냐'며 거듭 확인하고는 등원시키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학원 관계자들은 정부가 지난달 24일부터 휴원을 권고해 이미 3주 동안 휴원했는데 별다른 재정 지원 대책이 나오지 않아 더는 문을 닫을 수 없다고 토로합니다.
교육부는 휴원하는 영세 학원에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과 초저금리 대출 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학원들은 방역 비용이나 강사 인건비 등을 직접 지원해주는 것이 아니어서 휴원을 계속할 만큼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개학 연기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자녀를 학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교육 정보를 주고받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보면 "아직은 감염 우려 때문에 학원에 보내기 꺼려진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습니다.
노원구에 사는 학부모 38살 조모 씨는 "남들 눈치를 보면서 슬쩍 개원하는 학원은 아이를 돈벌이 대상으로밖에 보지 않는구나 싶다"면서 "안전이 최우선이므로 학교 개학 전에 개원한다는 학원은 보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학습 공백 우려 때문에 이제는 학원에 보내야겠다"는 학부모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송파구에 사는 고등학생 학부모 49살 정모 씨는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학부모는 남들 몰래 보낸다"라면서 "아이한테 물어보니 '친구들이 슬슬 학원에 가는 분위기'라길래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챙겨 보냈다"고 털어놨습니다.
학생이 끊길 우려가 별로 없는 지역의 유명 학원들은 개원과 동시에 학기 초 개념 정리 또는 심화 학습 특강까지 열면서 학생을 모집하고 있어 지역 사회에 감염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전날 "학원도 학교처럼 의무적으로 휴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2천여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개학 연기 기간에 맞춤형 지도로 학습 공백을 메워주겠다'는 개인·그룹 과외나 소규모 공부방도 빠르게 늘고 있어 방역망 사각지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학원가에서 방역 관리를 제대로 하는지 현장 점검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