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4월 개학' 학업공백 우려…온라인 가정학습은 '궁여지책'
입력 2020-03-17 14:31  | 수정 2020-03-24 15:05

세 번의 개학 연기로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이 현실화하면서 수업결손에 따른 학업공백은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교육당국이 대책으로 내놓은 '온라인 가정학습'은 현 상황에서 최선이지만 궁여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교육계는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의 개학 연기가 '공부와 거리 두기'로 이어질까 봐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교육부는 17일 학교 개학을 4월 6일로 재차 미룬다고 발표했습니다. 세 차례 개학 연기로 개학일이 예년보다 5주나 늦어졌습니다.

교육당국은 학교에서 수업을 못 하는 데 따른 학습공백을 메우는 방안으로 온라인강의를 제시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교과별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e학습터'가 대표적입니다. e학습터와 함께 KERIS가 운영하는 디지털교과서 사이트는 현재 이용량이 전년보다 20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온라인강의는 일방적이라 교사가 학생의 진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우려에 EBS 시스템이나 카카오톡 등을 활용해 '온라인학급'을 만드는 방안도 마련됐습니다.

이런 대안에도 수업결손에 따른 학업공백 우려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교사들은 온라인강의가 학교 수업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충남 한 고교 영어교사 박모씨는 "온라인강의는 학생의 의지가 엄청나게 강해야 강의 전체를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면서 "학교 수업에선 학생이 집중하지 못하면 교사가 질문을 던져 다시 집중하도록 하는 등 '피드백'이 가능하지만, 온라인강의는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고교 국어교사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공부 거리를 올려주고 투표기능을 활용해 학생들이 실제 공부했는지 확인받고 있지만, 학생들이 실제 공부했는지는 사실 알 수가 없다"면서 "수업을 못 하는 상황이니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온라인학급을 운영하긴 하는데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우려했습니다.

고교생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온라인강의에 익숙하고 대학입시를 목전에 둔 터라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기 때문이다. 중학생과 초등학생은 온라인강의에 익숙지 않아서 효과도 크게 떨어집니다.

경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는 "초등학생은 교사가 얼굴을 맞대고 지도해도 집중력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온라인강의로 학습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학생들에게 집에서 온라인강의를 들으라고 안내하기는 하는데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저학년생은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보호자도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거나 집에 없으면 온라인강의를 못 듣게 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업결손에 따른 학습공백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꼽히는 학년은 초등학교 1학년과 3학년, 중학교 1학년입니다. 학교에 처음 입학하거나 저학년에서 벗어나는 시점, 학교급이 바뀌는 때로 학업 난도가 크게 상승하는 전환기에 해당해 별도의 '전환기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데 온라인강의로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기초학력 부진 학생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에 대응해 올해 전환기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학력진단을 반드시 받도록 하는 등의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려 했었습니다. 그러나 개학이 미뤄지며 추진에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저소득가구나 조손가구, 다문화가구 등 취약계층 학생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장비가 없어 온라인강의를 이용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2018년 인터넷 이용실태조사를 보면 가구소득이 월 400만 원 이상이면 95.5%가 컴퓨터를 보유했지만 '100만 원 이상 200만 원 미만'인 경우 42.9%, 100만 원 미만이면 16.2%만 컴퓨터를 가졌습니다.

다문화가구 학생은 한국어가 서툴러 온라인강의 이해도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장애학생 가운데 일부는 온라인강의를 전혀 이용할 수 없습니다.

지적장애 등 발달장애 학생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온라인강의를 듣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청각장애 등 감각장애 학생은 국립특수교육원 에듀에이블 사이트에서 자막과 수어 통역이 붙은 온라인강의를 수강할 수 있지만, 효율이 떨어집니다.

특수교사인 이인호 장애인교원노조 위원장은 "발달장애 학생들은 장애 특성상 온라인강의를 활용할 수 없다"면서 "시각장애 학생은 온라인강의에 화면해설이 빠지는 경우가 있어 이용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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