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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8월까지 갈 듯" 트럼프도, 연준도 속수무책…美증시 `21세기 블랙 먼데이` 공황
입력 2020-03-17 06:58  | 수정 2020-03-17 07:17
16일 증시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4시30분께(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다만 대통령 발언으로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지수가 -12.93%떨어지는 등 3대 대표 지수가 일제히 10%대 넘게 추락했다. [출처 = 백악관 영상캡처 ]
일주일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무려 세 번째로 발동한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긴급 기자회견은 공황 상태에 빠진 증시를 더 암흑으로 몰아넣었다. 이날 뉴욕 증권거래소에서는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12.93%)와 대형주 중심의 S&P500(-11.9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2.32%)등 3대 대표 지수가 일제히 10%대 넘게 추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4시30분께 기자회견을 열면서 앞서 '2단계 서킷브레이커'는 발동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자 회견 전까지는 일말의 기대감 속에 3대 지수가 낙폭을 다소 줄였기 때문이다. 앞서 이날 오전 장이 열리자 마자 서킷브레이커 발동 기준인 S&P500지수가 8.14%급락해 거래가 15분간 일시 중지됐다. 1단계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지난 주 9일과 12일에 이어 일주일 여 시간 동안 무려 세 번째다. 일요일인 15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기습 인하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사상 최저금리(0.00~0.25%)를 발표하는 등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시장에서는 '상황이 그만큼 안 좋다'는 시그널로 해석된 결과다. 거래 재개 후에도 S&P500가 다시 11%선 폭락해 다시 한번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극에 달했었다.
서킷브레이커는 3단계로 이뤄져 있다. 2단계는 미국 동부시간 오후 3시25분 이전 해당 지수가 13%이상 급락하는 경우 발동돼 거래가 15분간 중단된다. 1단계는 S&P 500지수가 7%이상 하락하는 경우 적용돼 15분간 거래가 중지된다. 3단계는 해당 지수가 20%이상 폭락하는 경우 거래일의 나머지 시간 동안 거래가 전면 중단된다.
다만 대통령 발언은 결국 증시 불안감을 부추겼다. 대통령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바이러스 확산 시기에 대해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아마도 7월 혹은 8월 너머로 갈 수도 있다"고 언급했고 말이 떨어지자 마자 다우존스 지수가 13%추락했다. 코로나바이러스19(중국발 COVID-19) 테스크포스(TF)팀 담당자가 '7월 까지(until July)'라며 진화에 나섰음에도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애초 예정대로라면 TF팀 기자회견이 오전에 열렸어야 했지만 오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 셈이다.
이전까지 가장 큰 다우존스 폭락 사건은 1987년 10월 19일(-22.6%) '블랙 먼데이'였다. 이어 대공황 광풍이 불었던 1929년 10월 28일(-13.5%), 2020년 3월16일(-12.93%), 1929년 10월 29일(-11.7%), 1931년 10월 5일(-10.7%), 지난 12일(-9.99%) 순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서 "전국 차원의 국가 봉쇄는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지역 정부 결정에 맡길 것"이라면서도 "10명 이상 모이는 행사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을 비롯한 각 국 정부의 '하늘 길 봉쇄'조치에 따라 도산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에 대해서는 "100%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정부의 코로나19 지원책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추가 언급이 없었다.
16일 증시에서 특히 다우존스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회견 후 3000포인트 넘게 추락했다가 장 마감 시간 2997포인트로 낙폭을 간신히 줄여 12.93%떨어지는 데 그쳤다. 다우존스 지수 폭락은 대장주인 보잉이었다. 유럽 에어버스와 함께 전세계 항공기 제조업체 양대 축을 이루는 보잉 주가는 무려 23.83%추락해 주당 129.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항공업계 100%지원 발언이 전해지면서 마감 후 거래에서는 1.84%반등했다.
S&P500은 특히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같은 금융주와 소비재 나이키 등이 급락한 여파를 받았다. 16일 BoA(-15.40%)와 JP모건(-14.96%), 골드만삭스(-12.81%) 등 대형 투자은행 낙폭이 두드러졌다. 앞서 15일 일요일 대형 은행들이 '필요한 곳에 유동자금을 공급하겠다'는 이유로 자사주 매입(buyback)을 중단키로 한 데 따른 여파다. 같은 15일에 한국·중국·일본을 제외하고 미국과 캐나다, 서유럽 등지 매장을 전부 일시 폐쇄한다고 발표한 나이키(-11.48%)도 급락했다.
나스닥은 대장주인 애플(-12.86%)과 마이크로소프트(-14.74%) 하락세가 눈에 띄었다. 애플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중국을 제외한 미국과 서유럽, 한국 등 전세계 매장을 임시 폐쇄하기로 한 데 따른 여파와 더불어 프랑스 반(反)독점 당국이 애플에 11억 유로(약 1조5085억원) 벌금 부과 결정을 한 소식이 16일 오전에 전해진 결과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국방부 '제다이 프로젝트' 수주를 두고 법정 공방 중인 아마존(-5.37%)은 낙폭이 적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해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와 백악관이 연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중국발 코로나19가 미국 내 피해를 키우면서 같은 날 런던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주민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불가피한 일이 아닌 한 3주간 자택에 머무르라는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 데이터에 따르면 16일 저녁 6시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4287명이고 사망자는 74명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금요일(13일) 저녁에 코로나 감염 진단 테스트를 받았다. 음성이다"라고 직접 밝혔다. 다만 코로나 확진자인 로나 롬니 맥다니엘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과 접촉했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나는 안 받았다. 건강하며 매일 발열 체크를 한다"고 말했다. 앞서 7일 맥다니엘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별장 마러라고에서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공화당 오찬 행사를 함께한 후 미시건에 돌아와 증세를 보였고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김인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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