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나노필터 마스크, 식약처 허가받고 시판 중인데 이제와서…?
입력 2020-03-13 14:51  | 수정 2020-03-14 13:32
13일 식약처 자료 일부 발췌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최근 중국산 마스크용 MB필터 수급이 원활치 않자 그 대체제로 국산 나노섬유 소재로 만든 필터(이하 '나노필터')로 만든 마스크가 화제가 됐다.(관련기사 3월 6일자 ["마스크 대란, 순수 한국 기술로 막을 방법 있는데…"]) 나노필터로 마스크를 제조하는 업체는 국내에서 1곳에 불과해 수급 문제와는 거리가 있어 마스크 제작 확산에 기대가 커지고 있었다.
그러나 13일 식약처가 "나노필터를 이용해 제조한 보건용 마스크는 아직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자료를 냄과 동시에 해당 업체의 필터 전량 조사에 나서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져 추후 인증 관련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전망이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식약처의 KF(Korea Filter) 인증을 받은 마스크는 대부분 MB(Melt Blown) 필터로 만든 제품이다. 그러나 중국산 MB필터 수급이 어려워 마스크 생산에 차질이 생기자, 정부는 국내 MB필터 생산업체들을 독려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마스크 필터용 부직포 긴급수급조정조치'도 발동했으며, 정부는 일명 '마스크5부제'로 공적마스크를 확보해 구입 수량 제한을 두기까지 했다.
반면 국내에서 나노필터로 생산한 마스크도 KF인증을 받고 시판 중이지만, 인증 문제로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나노필터는 이미 국내에 한 나노소재 전문업체가 대량생산 장비를 확보한 터라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연구개발 관계자의 발언도 있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추경예산 11조원 중 일부를 나노필터 마스크에 써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이날 "톱텍(레몬의 모회사)이 제조하는 필터는 식약처가 인증한 필터(MB필터)가 아닌 나노필터로 유해성 등을 검증 중에 있다"며 "보건용 마스크는 필터 등 원재료에 대한 유해성, 안전성을 검사 후 허가하는데, 나노필터를 이용해 제조한 보건용 마스크는 아직 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가 허가하지 않은 필터로 마스크를 생산하려는 곳에 예산 지원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유해성 등에 대한 검증을 완료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국내 나노소재 전문기업인 레몬(톱텍의 자회사)과 나노필터 대량생산 장비를 개발한 김익수 일본 신슈대 국제 파이버 공학연구소 교수는 식약처의 입장을 알겠으나 억울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교수는 "과거 나노입자 관련 유해성 논란이 있었고, 때문에 식약처 인증을 받을 당시에는 '나노필터'라는 용어가 아닌 '섬세한 섬유로 만든 부직포'로 허가를 받았다"며 "최근 식약처 관계자들이 해당 회사로 가 '나노필터' 용어 사용을 하지 말라며, 필터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프티엔(톱텍의 자회사)의 `에프티나노원단` 필터로 제작해 시판 중인 KF80, KF84 제품 [사진 = 김익수 교수]
그러나 나노필터로 만든 마스크는 식약처 허가를 받아 2015년부터 보건용 마스크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상태다. 톱텍의 자회사인 에프티이엔이라는 업체가 '에프티나노원단' 필터로 마스크를 제작해 식약처 인증을 받았고, 현재 시중에 판매 중이다. 다만 제품 설명에는 '나노파이버필터'라고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김 교수는 "파이버(섬유)학계에서 통용되는 용어가 '나노필터'이기 때문에 얼마 전 인터뷰에서 해당 단어를 언급했던 것"이라며 "이 회사는 마스크 인증 기준보다 한층 까다로운 생리대 제품(나노필터로 제작)도 식약처 인증을 받고 시판 중인데 이제와서 유해성 판단을 다시 하겠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식약처 의약품안전나라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서 제품명 `마스크`, 업체명 `에프티이엔`으로 검색한 화면. (기사 송고 시간상 혼돈이 있을 듯 해 추가하는 자료의 스크린전체를 올립니다. 3월 14일 오전 11시 28분 화면입니다.)
마스크 5부제 시행 5일째인 오늘도 약국 앞에는 줄이 늘어서 있을 정도로 마스크 구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최근 일각에서는 마스크생산 확대를 위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상태인데다, 현재 공적마스크 정책으로 인한 의료기관 내 마스크가 모자라 수술실도 일회용 마스크를 아껴쓰거나 천마스크 사용 독려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석 대한흉부외과학회 부회장은 최근 한 언론에 기고를 통해 "원단의 효능에 문제가 없다면 먼저 생산하고 나중에 인증 받도록 하는 특례조치 역시 필요할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할 수 없어 일회용 마스크를 소독해 재사용하는 방법을 놓고 고민하는 시기에 행정 절차 때문에 생산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 "마스크 대란, 순수 한국 기술로 막을 방법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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