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쇼핑을 제외한 나머지 소비활동이 완전히 얼어붙은 상태로 나타났다. 지난달 승용차 판매, 백화점·할인점 매출 등 내수가 20%~30% 급감했다.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일명 유커)은 70% 이상 급감했다.
지난달 까지 '경기개선 흐름'이라는 경기진단을 했던 기획재정부도 석달만에 '경기하방'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경제충격을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기재부는 13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최근 한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 확산의 영향으로 실물경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사태의 파급영향과 경제 전반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재부가 매달 발간하는 그린북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 평가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기개선 흐름이 나타난다"고 했던 긍정적 전망이 이번 그린북에서 '쏙' 빠졌다.
기재부가 긍정평가를 이번 달에 모두 삭제하고 우려목소리를 내는 데는 두자릿수 마이너스를 나타낸 내수 소비 지표들 이 결정타 역할을 했다. 국산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24.6% 감소했다. 2009년 1월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으로 파악됐다. 백화점 매출액도 전년대비 30.6% 급감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석 달 연속 감소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 매출액은 지난해 9월 이후 최근 6개월 동안 11월(3.3%)을 제외하고 다섯 달을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러 있다.
대형마트 등 할인점 매출액도 전년대비 19.6% 감소했다. 지난해 12월(-5.9%) 이후 두 달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할인점 매출액도 최근 6개월 동안 지난해 11월(2.5%)과 지난 1월(7.3%)을 제외한 넉 달이 마이너스 상태다.
정부가 희망을 걸고 있던 관광 등 서비스 산업은 관광객 감소로 무너진 상황이다. 지난 2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동기대비 76.1% 급감했다. 역대 최대 감소폭이다. 유커 증가율은 지난 1월부터 점차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다 지난달 70% 이상 줄었다. 중국 우한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국인들의 해외 관광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13일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이 정부 세종청사에서 3월 `최근 경제동향` 기자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 기획재정부]
김영훈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대규모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견된 지난달 19일 이후 외부 경제활동과 이동이 극도로 줄면서 내수 경제활동이 극도로 위축됐고 서비스업종의 주요 지수가 떨어졌다"면서 " 외국인 관광객 수는 사드 금한령 사태 때보다 조금 더 내려갔고 국산차 내수판매도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기재부는 그린북에서 "코로나19의 글로벌 파급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요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조정되고 원자재·금융시장 변동성이 증가하는 등 글로벌 하방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재부가 그린북에서 '경기 하방' 또는 '경기 부진'이라는 표현을 나타낸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석 달 만이다. 지난해 11월 기재부는 경기부진이라는 단어를 그린북에서 삭제했고, 지난달에는 '경기개선 흐름이 나타났다"고 하는 등 경기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 섣부른 경기진단을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온라인 매출액은 지난해 2월에 비해 27.4%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코로나 전염에 대한 공포감으로 오프라인 경제활동을 자제하는 대신 온라인 배송 등에 소비 활동을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매출이 크게 증가했음에도 신용카드 국내승인액은 전년대비 6.5% 증가했다. 지난 1월(5.8%)에 비해서는 증가했지만,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서울 콘퍼런스센터에서 국내 금융시장 관련해 HSBC증권, SSBT, 삼성생명, 미래에셋대우증권, 국민은행,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과 긴급 민간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 차관은 "코로나19 사태의 전개 양상에 따라 경제의 부정적 파급효과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며 "정부는 위기에 준하는 엄중한 인식을 갖고 금융시스템의 각 부문별로 철저히 점검하고 있으며, 민간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필요시 시장안정조치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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