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S&P "韓기업 글로벌 신용등급 하방 압력에 취약"
입력 2020-03-12 18:46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한국 기업이 교역 의존이 높아 글로벌 신용등급 하방 압력에 취약하다고 12일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가치사슬(밸류체인)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수요 감소가 큰 폭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S&P에 따르면 한국 기업 가운데 23%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특히 S&P는 는 정유, 화학, 철강, 유통, 자동차, 항공, 전자 업종 등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판단했다.
박준홍 S&P 이사는 이날 "국내 기업들 가운데 올해 상반기 실적 저하를 보이는 기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특히 신용등급 유지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은 등급하향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자본투자와 주주환원 규모를 줄이는 등 유연한 재무 정책 대응은 등급을 매길 때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P는 업종은 여행, 레저, 항공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항공사의 노선 감축 및 운항 중단으로 지난 2월 마지막주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6% 감소했다. 인천국제공항 일별 이용객도 3월 들어 연간 평균치의 약 10~20% 수준으로 낮아졌다. 2003년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또한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S&P는 진단했다. 밸류체인 붕괴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서 밸류체인 의존이 높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자동차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를 중국에서 제때 공급 받지 못하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를 포함한 전자 업체는 자동차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수요 감소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의 높은 수출 의존도를 감안할 때 생산 차질 보다는 주요 제품 및 서비스의 수요 감소가 실적 및 신용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유·화학, 철강, 유통, 자동차, 전자 산업 등이 수요 감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S&P는 밝혔다.
다만, S&P는 올해 6월이면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S&P는 이를 전염병 전문가의 역학 모델에 따라 추정했다. S&P는 이번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의 향후 확산 속도와 변곡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경제 및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S&P는 코로나 19의 글로벌 확산이 올해 2분기 중에는 어느 정도 수그러들기 시작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결과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1.1%로 하락한 뒤 2021년 3.2%로 반등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S&P는 전했다.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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