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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싸움 아닌 한진 살릴 구원투수 찾는것"
입력 2020-03-12 17:14 
김신배 한진칼 이사 후보. [이승환 기자]
◆ 레이더 M ◆
"한진그룹 남매간 경영권 대결 구도가 아닙니다. 경영 리더로 조원태 회장이냐, 김신배 이사 후보냐 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나는 누구의 편도 아니며, 전문경영인으로서 회사를 살리는 데 집중할 겁니다."
이달 27일 예정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주주연합 측이 전문경영인 후보로 추천한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번 주총은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장이 아니라 한진칼이 죽느냐 사느냐, 더 나아가 그룹 매출 70%를 차지하는 대한항공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선택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한진칼 이사 후보는 SK텔레콤 대표이사, SK 부회장 등을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KCGI(강성부 펀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등이 공동으로 한진칼 경영 참여를 선포하며 결성한 주주연합 측이 새로운 전문경영인 후보로 내건 인물이다.
그는 "한진그룹 경영 정상화를 이사회 중심으로 진행하겠다"며 "현재 한진칼은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직면해 있다. 의사 결정 과정만 정상화해도 여기저기 새는 돈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내건 회사 경영의 핵심은 '전원 참여 경영'이다. 현장에 밝아 고객에 대한 최고 전문가인 임직원이 회사의 주인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는 조언을 건네는 '코칭 리더십' 역할을 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한진그룹이 전문가가 없어 이 지경이 됐겠느냐"며 "임직원이 일터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단위 조직별로 회사 기여도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등 회사 회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원 참여 경영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수익 기여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실패' 역시 회사를 위기로부터 구해주는 자산이라는 것이 김 이사 후보의 판단이다.

김 이사 후보는 정보기술(IT) 전문가로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접목해 대한항공 등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성장 잠재력이 높은 그룹 내 사업부문 강화 복안도 내놨다. 그는 "고객 서비스는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가령 기내 와이파이 서비스, 휴대폰 미러링 서비스라든가 기내 면세품 등 전자 주문 같은 것을 도입하는 한편 기내 승무원 추가 채용 등을 통한 증원 등으로 서비스 혁신을 할 것"이라며 "아울러 물류, 항공기 정비 등 연관 사업과 항공을 융합해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모델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 후보는 소버린펀드가 SK그룹 지배구조 공격에 나섰을 당시 SK텔레콤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방패' 역할을 맡았다. 시간이 흘러 그는 반대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창'의 편에 섰다. 김 이사 후보는 "소버린 사태 때 SK그룹은 오너가 지배구조와 관련해 개선 의지를 보이며 시장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소버린은 쫓기듯 시장에서 떠났다"며 "반면 한진그룹 오너는 위기의식은 물론 개선 의지조차 없다는 문제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주주연합 측 관계자들의 경영 불참 선언에 대한 확인도 거듭됐다.
그는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확실히 불참하겠다. 회사를 잘 살려 달라'고 부탁했다"며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 역시 '경영이 이래선 안 되겠다. 꼭 좀 살려 달라. 송현동 용지 개발사업 같은 거 노린다는 얘기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손을 꼭 잡더라"고 전했다. KCGI 역시 그동안 기업에 투자해오며 배당금 확대, 자사주 소각 등 단기 차익을 노리기보단 경영 정상화를 통해 모든 주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는 점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사 후보 제의를 수락했다는 것이 김 이사 후보의 설명이다.
대한항공 합작 파트너인 미국 델타항공과는 협력 모색을 꾀하면서도 향후 경영권 간섭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 이사 후보는 "델타항공은 중요한 파트너로 장기 파트너십을 이끌어갈 상대"라면서도 "14.9%에 달하는 한진칼 지분율 때문에 한진그룹에 영향력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경영권에 간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어 주주 이익이 델타항공으로 흘러 들어가며 훼손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델타항공은 2018년 대한항공과 합작사를 설립한 바 있다. 해당 합작사 경영과 이익 분배 과정에서 불공정 소지를 우려한 것이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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