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중권 "한국 보수, '남 탓'하는 트럼프 닮아"
입력 2020-03-12 16:07  | 수정 2020-06-10 17:05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응을 비교하며 한국의 보수주의자들을 향한 충고를 남겼습니다.

진 전 교수는 오늘(1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메르켈과 트럼프는 둘 다 보수주의자이지만 철학이 다르다"며 "메르켈은 '우리의 연대와 이성이 시험대에 올려져있다. 우리는 이 시험을 통과할 것이라 희망한다'고 말했는데, 그가 연대와 이성을 말하는 것은 그것만이 패닉을 막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진 전 교수는 "반면 트럼프는 '미국은 코로나19를 아주 잘 통제하고 있으며 주식시장도 아주 좋다'고 말하고 그게 다 자기가 일찍 중국봉쇄를 한 덕이라고 자화자찬했다"며 "그러다 상황이 악화되니 또 다시 입국제한지를 유럽의 모든 국가로 확대하는 초강수를 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것이 독일과 미국의 차이"라고 꼬집은 진 전 교수는 "독일은 바이러스의 유입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확산속도를 늦춰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로 통제한다는 현실적 목표 아래 싸울 준비를 해 중국으로부터 입국을 금지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은 '내부' 준비태세를 점검하는 대신 관심을 '외부'로 돌려 중국을 봉쇄하는 것으로 문제를 풀려고 했다"고 비교했습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미국의 중국인 입국 제한 결정의 바탕에는 '타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깔려있을 것이고, 무역 분쟁의 연장선 위에서 사안을 중국 봉쇄의 핑계로 활용하고픈 정치적 유혹도 있었을 것"이라며 "그 결과 전국이 뚫렸는데 제때 대처를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진 전 교수는 "트럼프는 내부의 방역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드러났는데도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에 급급해 이번엔 아예 유럽 전역을 범인으로 지목했다"며 "의협의 이상사회 '의료자본주의' 천국 미국에는 아무 의료보험도 없는 인구가 무려 2700만인데 이들은 감염이 돼도 그 사실을 숨기고 일터로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진 전 교수는 "메르켈과 트럼프는 보수주의의 두 유형을 보여주는데 한국의 보수주의는 말할 필요도 없이 트럼프 유형에 속하지만 저는 한국 보수주의가 메르켈 유형이 되기를 바란다"며 "메르켈 총리가 제가 주장했던 '연대와 이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넘어 공유하는 뭔가가 존재한다는 얘기고 그 뭔가를 '상식'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메르켈 총리는 현지시간 11일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독일 인구의 3분의 2가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며 섣부른 '낙관론'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날 메르켈 총리가 보여준 이해도와 진정성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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