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12일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2부는 이날 전 교무부장 현 모(53)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18년 7월 처음 정답 유출 의혹이 제기된 뒤 1년 8개월 만이다.
이날 대법원은 "현씨가 각 정기고사 과목의 답안 일부 또는 전부를 딸들에게 유출하고 그 딸들이 그와 같이 입수한 답안지를 참고해 정기고사에 응시했다고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씨는 교무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2019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모두 5차례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유출했다.
검찰은 현 씨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딸들에게 답안을 제공했다고 보고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다.
두 딸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 때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으나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이 됐다.
동생은 1학년 1학기 때 전체 석차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이 됐다.
2학년 1학기에는 자연계 1등으로까지 올라섰다.
이후 쌍둥이의 아버지 현씨가 같은 학교 교무부장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은 영어 서술형 문제 정답이 적힌 휴대전화 메모,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정답이 적힌 메모 등 정황 증거를 입수했다.
검찰도 문제가 사전 유출됐다는 판단을 해 현씨를 구속 기소했다.
현씨는 두 딸과 관련해 "오직 공부를 열심히 해 성적이 오른 것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정답을 미리 알고 이에 의존해 답안을 썼거나 최소한 참고한 사정이 인정되고, 그렇다면 이는 피고인을 통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도 "피고인이 비뚤어진 부정 탓에 금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유죄 판단은 인정했으나 1심보다 6개월 감형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현씨의 아내가 세 자녀와 고령의 노모를 부양하게 된 점, 두 딸도 형사재판을 받는 점 등을 고려했다.
두 딸은 서울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 재판을 받고 있었으나, 혐의를 계속 부인해 사건이 다시 검찰로 되돌아갔다.
검찰은 이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으로 기소했고,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정식 재판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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