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천로또 청약, 매월 10만원 22년 부어야 당첨
입력 2020-03-11 17:27  | 수정 2020-03-11 19:31
"'슈퍼통장'들의 경쟁이었네요."
11일 '과천 황금 로또' 과천제이드자이(조감도) 당첨자가 발표된 직후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평이 쏟아졌다. 탈락한 사람들은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13년인데 '광탈'(빛의 속도로 탈락)했다" "도대체 얼마면 붙을 수 있냐"는 반응을 쏟아냈다.
공공분양인 과천제이드자이는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 등을 매겨 고점순으로 뽑는 민간 분양과 달리 청약저축 납입 금액이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이때문에 과천 제이드자이에 당첨된 132개 통장 금액이 초유의 관심사였다.
시공사 GS건설과 인터넷 부동산카페 등을 종합하면, 일반분양 최고 커트라인은 59㎡A형 경기지역 청약에서 나왔다. 저축 납입 금액은 2646만원으로, 청약 저축액이 매월 최대 10만원까지만 인정되는 것을 감안하면, 매월 최소 10만원씩 22년간 저축한 셈이다.
이 아파트는 과천시 1년 이상 거주자 30%, 경기도 1년 이상 거주자 20%, 수도권 거주자 50% 순으로 공급된다. 인기가 높았던 전용 59㎡A형은 과천 거주자 커트라인이 2170만원이었고 경기는 2646만원, 수도권은 2336만원이었다. 경쟁률이 높을수록 저축 금액도 컸다. 40가구를 뽑는 데 1만2184가구(경쟁률 785대1)가 지원한 59㎡A형 경기 청약에는 가입 기간이 22년 넘은 청약통장(저축액 2646만원)이 꽂혔다. 전용 59㎡C형은 과천 거주자 커트라인이 1970만원이고 경기와 수도권은 2160만원이었다. 과천 거주자는 16년 이상, 수도권은 18년 이상 청약저축을 10만원씩 부어야 했다. 한 당첨자는 "21년 전인 1999년 주택은행에서 가입해 인정금액 2450만원에 당첨됐다"고 알렸다.
과천제이드자이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내 '황금 입지'에다 시세의 절반값에 분양해 당첨만으로 5억원가량 시세차익이 보장되는 공공분양이다. 특히 전체 물량(647가구)의 80%가 특별공급으로 풀리고 20%(132가구)만 일반분양으로 공급돼 무주택 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자녀 등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절대 유리한 가점제와 달리 공공분양 일반 청약은 소득·자산 요건만 맞으면 청약저축 금액으로만 가리기 때문에 청약통장을 꾸준히 오랫동안 가입한 사람에게 유리하다. 이 때문에 가점에서 불리한 실수요자 2만5000명가량이 몰렸다. 40대 직장인 박 모씨는 "가입한 지 13년 된 통장이어서 나름 기대했는데 이 정도로 커트라인이 높을 줄 몰랐다"고 푸념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공공분양에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수도권 청약저축 15년 이상 가입 통장은 14만좌(1월 기준)로, 2018년 6만9000좌, 지난해 10만좌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탈락한 김 모씨는 "공공분양이 풀려도 당첨 확률이 희박하니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특별공급 중에서 신혼부부·다자녀두 전형만 자녀 수와 거주 기간 등 가점으로 당첨자를 가렸다. 신혼부부 가점은 자녀 수, 거주 기간, 청약 납입 횟수 등 총 13점으로 구성돼 있는데 인기 평형인 59㎡는 10~11점 고득점자들이 당첨됐고, 다자녀는 100점 만점에 85점 이상이 안정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첨자들도 계약을 앞두고 자금조달계획서로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가 적용돼 전체 공급가 5억3000만원(59㎡) 중 60%(약 3억1800만원)를 자력으로 마련해야 한다. 과천 공공분양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맞벌이 120%)인 무주택자가 지원 최소 요건이다. 당첨자가 보유한 자금만으로 분양가를 모두 부담하긴 쉽지 않다. 정부는 주택 구입을 위한 신용대출, 기타 추가 대출을 다 막아놨다.
[이선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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