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가 규제 3년…“재건축 공급부족 우려로 오히려 집값 올라”
입력 2020-03-11 11:03 
사진: 사상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둔촌주공 철거이후 모습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2017년 3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가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오히려 공급부족 우려에 따른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17년 3월31일부터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되레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청약시장은 ‘돈 놓고 돈 먹기식의 로또판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분양가 통제가 시작된 2017년 4월 서울 매매가격 지수는 97.5에서 올 2월 104.8로 크게 뛰었다.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자 공급이 움츠러들면서 벌어지는 양상이다.
특히 서울 재개발·재건축시장에서 HUG의 분양가 통제에 반발해 조합들이 분양일정을 늦추거나 후분양을 결정하면서 공급절벽 우려로 신규 아파트 쏠림 현상과 함께 집값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후분양 잇따라 서울 공급절벽 오나
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해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을 결정하는 조합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 15차 조합은 지난해 말 시공사를 교체하며 후분양을 의결했다. 용산 유엔사 부지, 뚝섬 4구역, 여의도 MBC 부지 아파트 등도 이미 착공했지만 사실상 후분양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오는 4월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기 어려운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와 미성·크로바도 후분양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조합은 다음 달 새 임원을 선출하기 위한 총회를 열면서 설계부터 다시 과정을 밟을 계획이다.
사상 최대 재건축단지로 꼽히는 둔촌주공은 HUG와의 분양가 협상이 이번 주 결렬될 경우 후분양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일반분양가를 3.3㎡당 3550만원으로 의결한 반면 HUG는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적용해 3.3㎡당 2970만원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둔촌주공은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해 후분양으로 결정될 경우 청약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공급물량이 3년 이상 늦춰지는 이연효과 때문에 서울 주택시장에서 공급부족 우려가 커져 집값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급 감소가 이어지면서 새 아파트가 집값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입주 5년 이내(15~19년)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1507만원으로 2018년(1434만원) 대비 5% 상승했다. 특히 서울은 3642만원에서 3988만원으로 9% 이상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로또청약 열풍
주변 집값은 올라가는데 HUG의 분양가 통제로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기대하며 청약에 뛰어드는 이른바 ‘로또청약 광풍이 시장을 흔들어 놓고 있다. 신규 아파트에만 수요가 몰리고 노후아파트는 거래가 안 되면서 시장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규 아파트에 대한 쏠림현상이 생기면서 신규아파트가 노후 아파트보다 가격이 더 커지는 역전현상도 발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직방이 입주한 지 30년 초과한 아파트(노후 아파트)와 입주 5년 이하 아파트(신축 아파트) 평당 매매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신규 아파트가 노후 아파트에 비해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3㎡당 신규 아파트 대비 노후 아파트 매매가는 2010년 1.60배에서 매년 하락세를 보이다가 2018년 1.06배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는 0.92배로 역전됐다,
대형 건설사 분양 관계자는 예전에는 재건축 이후 가치상승이 반영돼 노후 아파트의 시세가 높게 형성됐다”며 HUG의 분양가 통제로 자산이 신축 아파트에만 쏠려 시장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보증 독점구조 깨야
민간 사업자가 아파트를 분양할 때는 반드시 HUG에서 발급하는 분양보증서를 받아야 한다. 건설사가 파산이나 부도 등으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됐을 때 보증회사가 해당 주택을 대신 분양하거나 분양대금을 환급해주는 제도가 분양보증이다.
업계는 분양보증 없인 분양을 할 수 없는데 HUG의 분양가 통제 때문에 시장기능이 붕괴되고 있다며 하소연이다. 이에 따라 주택건설 업계에선 분양보증 시장을 HUG가 100% 독점하는 시장구조를 바꿔 민간보증회사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2008년 장관이 지정하는 보험회사도 주택분양보증 발급이 가능하도록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놓고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업계는 속 끓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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