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매도, 전면 아닌 부분금지…마크로젠 등 11곳 11일 적용
입력 2020-03-10 17:58  | 수정 2020-03-11 07:49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1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녹실회의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함께 증시 폭락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코로나發 경제충격 / 공매도 제한에 그친 대책 ◆
정부가 종목별 공매도 금지 조치를 먼저 내세운 이유는 전 종목 공매도 금지 조치에 앞서 단계적 정책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처음부터 강력한 정책을 꺼내면 향후 대응책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시장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곳이 인도네시아뿐이기 때문이다. 10일 정부가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에 본격 나서자 전날 5%에 가까운 폭락을 겪은 코스피는 하루 만에 반등하며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다만 시장 일부에서는 전 종목에 이르는 공매도 금지 정책으로 자본시장에 더 강력한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일부 종목 공매도 금지 조치에 따라 코스피·코스닥 약 2000개 종목 중 최대 410여개가 공매도 거래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올해 3월까지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종목이 약 250개이며 1일씩 여러 차례 중복 지정된 종목을 빼면 약 205개가 지정 요주의 대상이다. 지정요건 확대에 맞춰 시뮬레이션해 볼 경우 2배가량 지정종목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체 종목의 20% 수준이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금융위의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확대 요건에 따라 마크로젠, 디엔에이링크, 씨젠, 아이티센, 앱클롭, 엑세스바이오, 엘검텍, 오상자이엘, 인트론바이오, 제이에스티나, 파미셀 등 총 11개 종목을 11일부터 열흘간 공매도 거래 제한 종목으로 지정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책에 앞서 전 종목 공매도 금지안을 검토했지만 10일 아시아시장과 뉴욕선물시장이 안정세를 보인점을 감안해 부분금지안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책에 따라 공매도 금지 종목이 대폭 늘어날 뿐만 아니라 공매도 금지 기간도 기존 1일에서 10일로 확대되면서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그는 "세계적으로도 공매도 금지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만 제재를 강화하면 자본이 유출되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며 "앞서 미국발 금융위기나 유럽·미국 재정위기 당시에도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해서 즉시 주가가 부양되는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2008년 9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하자 같은 해 10월 1일부터 전 종목 공매도 금지안을 발표한 바 있다. 2008년 초 코스피는 2000선을 오르내렸지만 같은 해 9월 30일 1448.06까지 떨어졌다. 이튿날 공매도 금지안이 실행됐지만 같은 달 24일 코스피는 938.75까지 빠지기도 했다.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해서 바로 주가가 반등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이후 코스피는 서서히 회복하면서 약 1년이 지난 2009년 12월에야 2000선을 회복했다. 정부는 비금융주에 대해서는 2009년 6월 공매도 금지 제한을 풀었다. 다만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했던 재정위기 당시에는 공매도 금지로 일정 수준 주가 하방 압력을 막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지금이 강한 정책을 내세울 시점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확대보다 전체 종목에 대한 한시적 공매도 금지를 촉구했다. 김 의원은 "시장은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효과가 있지 사후적 처방은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며 "공매도 지정 종목 완화 제도는 시장 전체 리스크보다 특정 종목 위험에 대비하기에 좋은 제도로, 코로나19로 시장을 짓누르는 투자심리 위축과 경기 전망 불확실성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매도 자체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주가가 반등할 때 공매도 주문 투자자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수요로 더 큰 반등을 일으키고 거래량을 늘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막을 수 있어 공매도 정책에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시장 변동에 대처하기 위해 관계장관회의, 차관급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수시로 개최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주식 급락 사태를 유발한 유가 동향을 보다 면밀히 관찰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석유공사,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대응반을 가동해 국제·국내 유가 동향과 업종별 영향을 점검할 예정이다.
[진영태 기자 / 문재용 기자 / 신유경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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