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3월 10일(09:08)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대림산업이 미국 크레이턴의 카리플렉스 사업부를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합성고무를 생산하고 있어 유화부문 경쟁력을 높여줄 전망이다. 대림그룹 입장에서는 창사 이래 첫 번째 국경간거래(크로스보더)를 성사시켰단 점에서 의미가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지난 6일 미국 크레이턴(Kraton)의 카리플렉스(Cariflex) 사업부를 사들이기 위한 잔금을 납입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 약 4개월 만에 인수 작업을 마친 것이다.
거래 가격은 약 5억 3000만 달러(6500억원)다. 대림산업이 약 2억 4000만 달러(약 3000억원)를 들여 지분을 취득하며, KDB산업은행은 나머지 금액(3653억원)에 대해 인수금융을 제공했다.
대림산업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한 것은 카리플렉스의 고객층 때문이다. 거래처 중 약 90%가 아시아 권역에 있어 미국보단 싱가포르를 택하는 게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세금 차원의 목적도 있다. 싱가포르는 기업이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키울 수 있도록 인지세 환금, 거래 수수료 이중과세 공제 등을 제공한다.
대림산업은 이번 인수로 유화 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카리플렉스는 부가가치가 높은 '합성고무'와 '라텍스'를 제조한다. 둘 다 수술용 장갑과 주사 용기 고무마개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현재 생산 중인 라텍스는 세계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고부가가치 라텍스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전 세계에서도 드물어 희소성이 높다"며 "종 소비처의 대부분이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국이라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큰 대다수의 동종 업체에 비해 사업 모델도 안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천연고무로 만들어진 수술용 장갑은 알레르기를 유발할 위험성이 높아, 합성고무 재질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시장에서 관련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 전망하는 이유다. 2018년 말 카리플렉스의 조정 상각전영업이익(Adjusted EBITDA)는 5050만달러(약 606억원)이었다. 30% 안팎의 EBITDA 마진율을 줄곧 유지할 정도로 수익성이 빼어난 편이다.
이로써 대림산업은 193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국경간거래를 종결시키게 됐다. 회사 내부에선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해 M&A에 공들여온 노력이 첫 발을 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거래엔 내로라하는 IB와 로펌, 회계법인 등이 참여했다. 대림산업은 UBS와 폴헤이스팅스, 삼일PwC에 관련 실무를 맡겼다. JP모건과 베이커맥킨지, 미국 KPMG는 매각 측 자문사로 이름을 올렸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대림산업은 지난해 국제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취득하는 등 운신의 폭을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려하고 있다"며 "현지 기업 인수를 그 출발점이라 의미부여 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