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여당 지방자치단체장이 꺼내든 재난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동의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홍 부총리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글로벌 경제기구들이 현금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 질의에 "저희(정부)도 검토해봤으나 여러 장점도 있지만 여러 문제도 있어서 쉽게 동의하기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6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8일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잇달아 재난기본소득 지급을 제안한 바 있다. 이 지사는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했고, 김 지사는 전 국민에게 1인당 재난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하자고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10일 제한 조건을 달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건의했다.
이날 심 의원은 "대구 지역에 한해서라도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며 "상투적인 재정 지출이 아닌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지원이 갈 수 있는 사업들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취지는 충분히 잘 새겨듣겠다"면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짜면서 그런 취지를 담으려고 나름대로는 최대한 노력했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재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라도 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해 볼 필요가 있다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전 국민에게 모두 현금을 깔아주는 방식은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홍 부총리는 "이번 추경에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나 의료보호 대상자, 주거보호 대상자 등 어려운 계층을 중심으로 소비 쿠폰이나 특별돌봄쿠폰 등을 통해 (기본소득의) 성격에 준하게끔 지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간이과세자 수준으로 부가가치세를 경감해주기로 한 영세 사업자 규모를 더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설정한 '연 매출 6000억원 이하'의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는 민주당 김정우 의원의 지적에는 "(기재위) 조세소위에서 논의가 있으면 정부도 참여해서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연매출 6천만원 이하 사업자는 그야말로 1인 사업자로 실질적인 혜택을 주려면 (기준을) 상향해야 한다"며 "세금 경감을 2021년 말까지로 한 것을 올해 말로 하는 등 피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곳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워낙 소상공인 타격이 커서 6천만원까지 경감 혜택을 드리는 것으로 했고, 혜택을 (더) 드린다고 2021년 말까지로 정했다"며 "간이과세 제도는 과세 경감 수단이 아니고 납세 편익과 조세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운영된 제도인데 하다 보니 조세를 깎아주는 형태로 활용되고 있어서 그런 점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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