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유가 쇼크…원유DLS 원금마저 까먹을판
입력 2020-03-09 17:41  | 수정 2020-03-09 21:27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유가가 하루 만에 30% 가까이 폭락하면서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증권(DLS) 발행분 일부가 원금 손실을 볼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뉴욕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8일 오전(현지시간)부터 급격한 내리막길을 그리기 시작해 장중 한때 27.99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이는 전장 대비 32% 폭락한 것으로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 6일 10.1% 급락한 41.28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다시 한번 급락한 것이다. 브렌트유도 6일 9.44% 내린 45.27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또 급락했다.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한때 31.6달러까지 내려 전장 대비 31.4% 폭락했다.
이처럼 유가 폭락장이 이어지면서 원유값을 기초자산으로 한 DLS 상품도 원금 손실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유 DLS는 유가가 현재의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손실 우려 없이 높은 이자를 챙길 수 있는 만큼 투자자에게 꽤 많은 인기를 누려 왔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발행된 원유 DLS 중 미상환 잔액은 기초자산에 따라 WTI가 6400억원, 브렌트유가 4200억원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녹인(Knock In·원금 손실 구간)은 배럴당 36~37달러로 유가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DLS 투자자의 손실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 글로벌 경기 반등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7~11월 사이 원유 DLS 발행이 몰렸는데 WTI를 기준으로 봤을 때 당시 유가는 평균 55달러 선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원금 손실이 시작되는 녹인 레벨은 55%로 WTI 가격이 30달러 선으로 떨어질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셈이다.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원유 DLS는 절반 이상이 녹인 레벨이 50%로 설정돼 있어 유가가 조금 더 하락할 경우 무더기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브렌트유 DLS는 미상환 잔액 70% 이상이 녹인 레벨 50~55% 구간에 몰려 있어 역시 30달러 선으로 떨어질 경우 무더기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데다 주요 산유국이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 폭락의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8일 미국에서는 하루 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324명 폭증하면서 500명을 돌파한 바 있다. 유럽에서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확산세가 거세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원자재 파트 연구원은 "OPEC과 러시아의 감산 합의가 불발되면서 유가 하단 지지 요인이 소멸했다"며 "올해 유가 밴드를 WTI 기준으로 40~70달러에서 25~60달러로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분기까지 저유가 국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며 "유가 반등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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