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행, 골프 못하면 주식하지 뭐" 코로나19로 `집콕`하는 아시아 부자들 주식쇼핑 열풍
입력 2020-03-09 13:04 
한 남성이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시세 현황판 앞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 출처 = 로이터·미국 CNBC]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코로나19)로 전세계 주가가 추락한 2월, 아시아 부자들은 오히려 앞다퉈 주식 거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부자들이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과 골프 모임을 비롯해 다른 바깥 활동을 줄이면서 여유 시간이 생기자 주식 투자에 관심을 둔 결과라고 보고 있다. 다만 3월 들어 코로나19가 판데믹(pandemic·전세계 유행병) 양상을 보이면서 아시아 증시는 심상치 않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간 갈등까지 겹치면서 9일 오전 아시아 증시에서는 일본 니케이225지수(-4.43%)와 한국 코스피(-2.69%), 호주 S&P/ASX200(-5.0)% 급락하며 출발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분석을 인용해 2월 JP모건 아시아 주식시장 거래 중개활동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나 늘어났다고 8일(현지시간) 전했다. UBS와 크레디트 스위스 AG 등 다른 주요 투자은행 관계자들도 같은 시기 '백만달러 아시아 부자'들의 주식 거래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중국발 코로나19 사태 속 아시아 부자들의 주식 거래가 늘어나면서 모건스탠리의 아시아태평양MSCI지수 관련 주식은 2월 26일 491억 주가 거래돼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 [사진 출처 = 블룸버그]
블룸버그가 모건스탠리의 아시아태평양MSCI지수 관련 주식의 2월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 2월 26일 491억 주가 거래돼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홍콩 증시에서는 춘제 연휴가 끝난 후 28거래일 중 24일 거래 규모가 1000억 홍콩달러(약 15조3760억 여원·129억 미국 달러)를 초과했고 2월28일에는 1년 만에 사상 최다 거래가 이뤄졌다.
다만 2월 말은 코로나19 여파가 중국을 넘어 아시아에서 본격적으로 피해를 키운 시기여서 시장이 크게 출렁였고 주가도 하락세였다. 대표적으로 홍콩 증시는 2월 3일 항셍지수가 26356.98포인트로 출발해 2주 후인 17일(27959.60포인트)기준 6% 올랐지만 같은 달 28일 26129.93으로 떨어져 결과적으로는 한 달 간 -0.86%하락했다. 일본 도쿄 증시에서도 니케이 225지수가 2월 3일 22971.94포인트에서 2만 포인트 밑으로 추락한 결과 같은 달 28일에는 21142.96포인트를 기록해 한달 동안 7.96%떨어졌다. 서울 증시에서도 2월 3일 2118.88포인트였던 코스피 지수가 200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같은 달 28일에는 1987.01포인트로 한달 동안 6.22% 하락했다.
시장이 공포에 휩싸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부자들이 주식 거래를 늘린 데 대해 스위스 프라이빗뱅킹·자산운용사 유니온방케프리베(UBP)의 마이클 블레이크 아시아지역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식의 거래 증가는 코로나19확산 탓에 고객들이 여행을 줄인 결과로 볼 수 있다"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도 부유층 개인 고객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티은행의 지르키 로히오 아시아 지부 프라이빗뱅킹 부문장과 캄싱쾅 JP모건 아시아지부총괄자도 "고객들이 해외 여행이나 골프를 줄이는 대신 주식 시장을 들여다 볼 시간이 더 많아졌다"면서 "최근 고객 활동이 상당히 활발해졌는데, 이런 추세는 코로나19 여파가 얼마나 이어질 지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JP모건과 UBS는 사람들이 휴대폰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주식 거래에 대한 관심도 커진다는 점을 감안해 기존에 사용하던 중국판 트위터 격인 위챗(WeChat)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아시아 시장에서 개인 부유층들의 주식 거래 증가 추세는 단기 현상에 그칠 수도 있다. 중국 여행 제한 때문이다. 중국에서 주식 거래를 하려면 현지 은행에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일부 은행이 디지털 방식으로 계좌 개설을 허용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직접 방문을 통해 계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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