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마스크 안 쓴 승객 승차거부 되나요" 불안한 택시기사들
입력 2020-03-09 08:16  | 수정 2020-03-16 09:05

"코로나19 때문에 세상이 난리인데, 마스크도 안 쓰고 택시를 타는 손님들이 있어요.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승차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업무 특성상 종일 밀폐된 차 안에서 많은 고객을 태워야 하는 택시기사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손님이 기침이라도 하면 택시기사들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승객을 태울 때마다 소독제를 뿌리거나 차를 세워 환기하고, 마스크를 안 쓴 손님이 보이면 되도록 피하는 등 자구책도 각양각색입니다.

오늘(9일) 업계에 따르면 택시기사들이 이용하는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최근 "마스크 미착용 손님 승차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원주에서 택시를 운행한다는 한 이용자는 "이 시국에 택시에서 마스크도 안 쓰고 침 튀기면서 떠드는 손님들이 있다"며 "평균적으로 손님 10명 중 1∼2명은 마스크를 안 쓰는 것 같다"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국가재난 상황인 현 시국에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마스크 미착용 손님을 승차 거부한다면 관청에서 어떤 처분을 받게 되나"라고 질문했습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마스크가 없으면 그냥 지나쳐야 한다. 내 몸이라도 스스로 지켜야 한다", "사회 분위기상 신고 처리 안 될 것이다" 등 다양한 반응이 달렸습니다.

대구에서 택시를 운행한다는 한 이용자는 "택시 앞자리는 손님이 타지 못하게 폐쇄했고, 마스크 없는 손님은 태우지 않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마스크 없는 손님을 태워야 하면 '차 안에서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전화도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썼습니다.

반면 최근 승객이 많이 줄어 마스크를 착용한 손님만 가려 받을 처지가 아니라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이런 기사들은 궁여지책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소독제를 자주 뿌리거나 차량 내부를 환기하는 등 차선책을 선택하는 편이었습니다.

종로구에서 만난 법인택시 기사 최 모 씨는 "회사가 손 소독제와 마스크를 사용하라고 지침만 내리고 사주지는 않았다"며 "사비로 분무형 소독제를 구매해 손님이 탈 때마다 뿌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에 태운 한 손님은 택시 안에서 계속 기침했고, 물어보니 자신이 감기에 걸렸다고 했다"며 "그 말을 듣고 불안해서 바로 창문을 내리고 운전했다"고 했습니다.

개인택시 기사 56살 손 모 씨는 "손님이 차에서 내리면 잠시 차를 세우고 문을 열어 환기한다"며 "감염 위험은 결국 운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기침이 심한 손님이 탄 적은 없지만 마음은 항상 불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승객이 줄어 급격히 감소한 매출은 택시기사들에게 큰 고민입니다.

종로구에서 만난 법인택시 기사 61살 안 모 씨는 "거리에 사람이 없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매출이 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박살이 났다"며 "요즘은 하루 8만∼9만 원 밖에 못 버는데, 사납금도 못 채워 월급에서 계속 깎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법인택시 기사 55살 서 모 씨도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재택근무 때문에 출퇴근 시간 콜 접수가 줄었고, 직장인들이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가버려 야간에 취객 손님도 없는 편"이라고 전했습니다.

서울의 한 택시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전보다 회사 전체 매출이 30∼40% 줄었고, 기사 개인 수입은 평균 일당 4만∼5만 원가량 준 것 같다"며 "코로나19 감염이 두렵고 장사도 안된다며 일을 쉬겠다는 기사들이 속속 나오는데, 회사 차원에서도 휴가 조치하거나 사납금 감액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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