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강조하며 자신 덕분에 북한과의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성과를 자랑했습니다.
동시에 제재 유지 등을 들어 북한에 어떠한 것도 내준 것이 없다고 세 차례나 되풀이하며 아무것도 보장할 수는 없다고 여운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북미 간 교착·경색이 장기화하면서 대선 국면에서 얻은 것 없이 양보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대북 성과 부진론에 대한 적극 차단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이 한국시간으로 2일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한 와중에서도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톱다운 케미'를 내세워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 추가 도발 등 궤도이탈을 막음으로써 대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상황관리 차원으로도 풀이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진행된 폭스뉴스 주최 타운홀 행사에서 재선 성공 시 대북 구상에 대한 방청객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습니다. 대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된 행사에서 이뤄진 발언이니만큼 지지층 결집 도모 등 대선용 메시지로도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솔직히 말하면 이것(북한 문제)이 매우 많은 미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히 그래야 한다. 그리고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왜냐하면 그것은 '중요한 문제'(big stuff)이며, 그들(북한)은 많은 파워, 많은 핵 파워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나는 이에 대해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어쩌면 인정을 받게 될 것이고 어쩌면 아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났던 상황을 회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북한이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이야기했다면서 "나는 그(김 위원장)와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집권 당시 북한과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을 거론하며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가 전쟁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말했지만, "거의 4년이 다 돼가지만 전쟁은 없었고 우리는 다시 존경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에게 전화해 봤냐는 질문에 오바마 전 대통령이 그렇다고 답했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여러 번 전화했음에도 김 위원장은 그와 이야기하길 원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또 꺼내며 김 위원장이 자신과는 이야기하고 싶어했다고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김 위원장)는 나와는 이야기하고 싶어했으며 우리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만났다. 그리고 나는 또한 국경(판문점)에 갔다. 처음으로 (북한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이 됐다"며 1, 2차 북미정상회담 및 지난해 6월 말 판문점 회동 등을 거론,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와 이해를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분도 알다시피 전문가들이란 사람들은 (나에 대해) '그가 한 일이 끔찍하지 않으냐'고 말한다"면서 "나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대북 성과 부진론을 정면 반박했습니다.
그는 "제재들은 유지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보기를 원한다"며 "그러나 나는 어떠한 것도 주지 않았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쪽이 당선됐다면 여러분은 지금쯤 북한과 큰 전쟁을 치르고 있었을 것이다. 지금쯤 끝났을 수도 있지만 거의 즉시 (전쟁을) 시작했었을 것"이라며 자신 덕분에 북한과의 전쟁을 막았다는 주장을 반복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은 내가 그(김 위원장)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나는 어떠한 것도 보장할 수 없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우리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우리는 제재를 유지하고 있고 북한과 전쟁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북미 간 갈등 최고조 상황을 지나 해빙 국면의 본격 시장을 알린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이 자신 덕분에 성공했다는 주장도 폈습니다.
그는 "처음에는 매우 거친 레토릭이 있었지만, 한국에서의 올림픽이 내 덕분에 성공하게 됐다"며 "아무도 올림픽에 가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티켓을 팔지 못했지만, 갑자기 북한이 전화를 걸어와 '우리도 올림픽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고, 모든 사람은 놀라서 자빠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것은 내 덕분"이라고 거듭 주장하며 "한국의 대통령도 그에 대해 완전히 인정을 하고 있다. 그것(올림픽)은 성공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북한이 걸었다는 '전화 통화'와 관련, 전화를 건 구체적 주체와 그 상대는 불분명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최근 발사에 대해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전날에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반응은 무엇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단거리 미사일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시점적으로 김 위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는 친서를 보내고 문 대통령이 답신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1일 김 위원장이 '새로운 전략무기'와 '충격적 실제행동'을 거론했을 때에도 '좋은 관계'를 언급했지만, 그 이후 북한에 대한 발언 자체를 꺼려 왔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이긴 했지만 '좋은 관계'라는 표현을 세 차례나 하는 등 두달여 만에 북한에 대한 '단골 레퍼토리'를 다시 꺼내며 낙관적 메시지를 내놓은 것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