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과 수입사가 재개봉으로 보릿고개를 넘는다. 코로나19로 시민들이 외출을 꺼리고 배급사가 신작 개봉을 줄줄이 미루는 영향이다. 특히, 멀티플렉스 3사는 명작을 재개봉하며 일반 영화 절반 값인 5000원에 티켓을 팔아 시네필을 집밖으로 유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3일 CJ CGV는 공식 예매 애플리케이션(앱)에 '누군가의 인생영화 기획전'을 연다고 공지했다. 관객이 댓글로 자신의 인생영화를 추천하면 CGV가 이중 언급이 많았던 작품을 선별해 매주 라인업을 꾸리는 방식이다. 1주차가 시작되는 5일에는 흉흉한 뉴스로 메마른 관객 감성을 촉촉하게 해줄 만한 작품들로 꾸렸다.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과 '싱 스트리트'를 비롯해 '어바웃 타임' '캐롤' 등 네 편을 각각 5000원에 제공한다. CGV는 다음 라인업을 꾸리기 위해 관객 추천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4일 오후 12시 현재 수 백개의 '좋아요'를 받은 댓글로는 '겨울왕국 보고싶어요' 'PTA(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특별전' 등이 있다.
남들과 조금 다른 모습의 소년이 세상으로 한 발걸음 내딛는 성장기를 담은 `원더`는 5일부터 롯데시네마 `힐링무비 상영전`에서 5000원에 만날 수 있다. [사진 제공 = CGV 아트하우스]
롯데시네마도 5일부터 '힐링무비 상영전'으로 영화팬을 맞이한다. 이번 주 주제는 '지친 마음을 위로해 줄 긍정 무비'다. 본격 귀농 권장영화로 수식되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리틀 포레스트'를 가장 앞에 배치했다. 여기에 사랑 때문에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긴 두 남녀가 춤을 추며 가까워지는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두부 충격으로 자신의 외모가 바뀌었다고 착각하게 된 여자 이야기를 담은 '아이 필 프리티', '원더', '그린북'까지 총 5편으로 구성했다. 다음 주엔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음악 영화'로 꾸릴 예정이다. 티켓 값은 각각 5000원.부부의 이혼 이야기를 담은 `결혼 이야기`는 메가박스 `명작 리플레이`에서 관람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넷플릭스]
메가박스는 '명작 리플레이'를 준비했다. 다른 멀티플렉스에 비해 개봉한 지가 오래 지나지 않은 인기작 위주다. '아이리시맨' '결혼 이야기' '두 교황' '더 킹: 헨리 5세' 등 메가박스가 멀티플렉스 중 유일하게 가져왔던 넷플릭스 영화들이 눈길을 끈다. 이 외에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할리우드', '나이브스 아웃'도 5000원에 볼 수 있다.영화관이 재개봉 특별전을 마련하는 이유는 라인업 부족에 있다.
'사냥의 시간' '기생충: 흑백판' '결백' 등 2월 말부터 개봉 예정이던 영화가 일정 연기 후 상영날짜를 확정치 못하고 있다.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개봉하려다가 일정을 못 잡은 작품이 약 50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 및 배급사 입장에서는 비용 회수 리스크를 줄이려는 측면이 크다. 방콕 족의 증가로 영화관 시장 파이가 작아지면서 낮은 비용으로 영화를 조달해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4월 1일엔 장국영 17주기를 맞이해서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이 재개봉한다. [사진 제공 = 조이앤시네마]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4~25일에 하루 관객이 8만명 아래로 떨어지며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미 판권을 보유하고 있는 영화를 재개봉하는 경우 판권 구입에 따른 비용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질 뿐 아니라 관객에게 작품을 알리는 마케팅 부담도 줄어든다.수입사도 작품성을 검증받은 작품들을 재개봉한다. 장국영 17주기를 기념해 4월 1일 개봉하는 '패왕별희 디 오리지널'이 회자되고 있다. 장국영은 이 영화에서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살아야만 했던 경극배우의 슬픔과 사랑을 섬세한 눈빛과 손짓으로 표현했다.
빈민가 소년의 특별한 퀴즈쇼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오는 12일 롯데시네마에서 개봉한다. [사진 제공 = 영화특별시 SMC]
아카데미 8관왕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오는 12일 재개봉한다. 인도 빈민가 소년이 모든 사람의 예상을 깨고 퀴즈쇼 결승에 진출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트레인스포팅' '28일 후' '127시간'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지닌 대니 보일 감독 연출작이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국내에서는 2009년 첫 개봉한 이래 2017년에 재개봉해 누적 110만 관객을 모았다.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관객들이 관람 시기를 놓쳐서 극장에서 못 봤던 좋은 영화를 다시 만날 기회가 될 것"이라며 "영화관 사업자는 재개봉 라인업을 짜는 데 있어 각종 영화제에 있는 회고전 등을 참고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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