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산 주민들, 매년 두세번 '쾅'…잇단 화학사고에 울분
입력 2020-03-04 09:17  | 수정 2020-03-11 10:05

"사고가 날 때마다 대책 회의를 하면 그때뿐,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누가 여기서 살려고 하겠습니까".

오늘(4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인근 독곶리 마을 이장 김종극씨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주민들이 더 이상 못 살겠다고, 겁나서 밖에도 못 나가겠다고 한다"며 "대책 마련하겠다는 것도 못 믿겠고, 안전한 곳으로 이주시켜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날 오전 2시 59분쯤 김씨는 '쾅' 하는 폭발음에 놀라 잠에서 깼습니다.


순간 '미사일이 떨어졌나'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엄청난 굉음에 집까지 흔들렸습니다.

김씨가 불길이 치솟는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앞으로 달려가 보니 주변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외장재가 떨어져 폭격을 맞은 듯했습니다.

놀란 주민들도 혼비백산해 공장 앞으로 나와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너도나도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엄청난 충격에 맞은편 원룸 창문이 방 안으로 떨어지면서 54살 조국제 씨는 어깨와 다리 등에 타박상까지 입었습니다.

조씨는 "잠을 자던 중 '웅∼하더니 꽝'하는 고성이 나면서 유리창이 떨어졌다"며 "이렇게 큰 사고가 나니 불안해서 어떻게 살겠느냐"고 호소했습니다.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 중 한 곳인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는 매년 크고 작은 화학사고가 반복됩니다.

분진이 날아드는 것 정도는 주민들이 '일상'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주민들은 지난해 5월 한화토탈 유증기 유출 사고로 주민 수백명이 병원 신세를 졌던 악몽을 떠올리며 또다시 발생한 대형 사고에 "더는 못 살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 사고 후 충남도는 대산석유화학단지에 화학사고 예방·관리를 전담하는 '서북부권 환경관리단'을 배치하는 등 강도 높은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서산시도 재난 안전문자 발송 시스템을 정비하고 화학 사고에 대한 체계적 대응을 위해 환경안전팀을 신설했습니다.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LG화학, 현대오일뱅크 등 대산 4개 회사는 앞으로 5년 동안 안전·환경 분야에 8천7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또다시 대형 사고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대죽리 이장 김기의 씨는 "매년 두세건 이상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지니 살 수가 있겠느냐"며 울분을 토했습니다.

이날 발생한 사고로 근로자와 인근 주민 등 26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는 화상이 심해 충남 천안 대형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소방당국은 인접 소방서 가용 인력과 장비까지 출동하는 대응 광역 2단계를 발령하고, 240여명과 차량 38대를 동원해 2시간여 만인 오전 5시 12분께 큰 불길을 잡았습니다.

현재는 대응 2단계를 해제하고, 잔불을 끄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