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현지시간으로 오늘(3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했습니다.
0.25%포인트씩 금리를 조정하는 일명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에서 벗어난 '0.5%포인트 빅컷'이자, 예정에 없던 '깜짝 인하'입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기존 1.50~1.70%에서 1.00~1.25%로 내려갔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선제적인 처방을 내놓은 것입니다.
연준은 이날 오전 10시 정각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기준금리를 1.00~1.25%로 0.5%포인트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FOMC는 전날 밤 화상 콘퍼런스를 진행한 뒤 이날 오전 금리인하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습니다.
오는 18일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 앞서 기습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입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도 정례회의와는 별도로 금리를 인하한 바 있습니다.
시장 일각에서 "오는 4일 뉴욕증시 개장 직전에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는 점에서 시장 예상보다도 하루 앞당겨 조치를 취한 셈입니다.
0.5포인트 인하폭 역시 2008년 12월 이후로는 최대폭입니다. 그만큼 연준이 '코로나19 사태'를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엄중한 악재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연준은 성명에서도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활동의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면서 "이런 리스크의 관점에서, 그리고 최대의 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을 뒷받침하기 위해 FOMC가 금리인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준은 "FOMC는 (코로나19의) 진전 상황과 경제 전망에 미칠 함의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수단을 사용하고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해 10월 이후로 5개월 만입니다.
연준은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끌어내린 이후로 경제 흐름을 관망(wait-and-see)하는 동결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금리인하 기조로 되돌아가게 됐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인하 결정 직후 회견에서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전반적 영향의 강도와 지속성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고 상황은 유동적"이라며 "FOMC는 미국 경제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실질적으로 달라졌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적절하게 행동하겠다'는 입장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으로 읽힙니다.
다만 "기준금리 이외에 다른 정책수단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양적완화(QE) 재개' 가능성엔 선을 그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28일 이례적인 긴급성명을 통해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하게 행동하겠다"면서 금리인하를 강하게 시사한 바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추가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선 연말까지 '제로금리'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이번 금리인하 결정이 '주요 7개국'(G7) 정책당국자들의 공동성명 발표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앞서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이날 오전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을 가진 후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모든 정책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며,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G7은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을 말합니다.
미국 연준을 시작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통화완화 조치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