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발원지' 중국에서 '반려동물 이산가족'이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이는 '사람' 가족들이 강제 격리되면서 반려견과 반려묘가 가족을 따라가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혼자 남겨지는 사례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때 글로벌 시장에서 '반려산업의 메카'로 떠오르던 중국에서는 코로나19확진자가 8만 명·사망자가 2800명에 다다른 상태다.
영국 BBC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소재 반려동물보호단체 '퓨리엔젤스헤븐'(Furry Angels Heaven·털뭉치 천사 천국) 회원이라는 한 여성을 인용해 가족을 잃은 반려견과 반려묘가 제대로 밥도 먹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고 지난 29일(현지시간) 전했다. 우한은 코로나19 발원지다. 이 여성은 익명 인터뷰에서 "강제격리 된 사람들이 버리고 간 동물이 너무나 많다"면서 "내 집에 개35마리와 고양이28마리를 구조해둔 돌보는 상태이고, 일부 경찰들은 고맙게도 주인이 두고 간 동물들을 나에게 보내주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임시보호자로 나선 이 여성은 민심이 흉흉해 비난받는 상황을 감안해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어 "나 혹은 가족들이 (코로나19에)감염되면 이 동물들도 죽임당할지 모른다"면서 "감염될 까봐 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다보니 동물들을 먹일 사료도 바닥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후베이 성의 경우 6000만 여명 주민들이 사실상 봉쇄 당하면서 물자공급도 끊겨 반려동물 먹이도 동났다. 한 여성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에 "도와주세요, 저는 후베이 성 어저우 시에 고양이와 살고 있습니다. 고양이 사료가 없어요, 누구든 사료를 구매대행해주실 분 있으면 사례하겠습니다"는 메시지를 올려 눈길을 끌었다고 BBC는 전했다.
후베이 성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상하이의 한 동물구조단체에서 일하는 나나라는 여성은 "보통 춘제에 버려지는 동물들이 많은데 지금은 코로나19탓에 상황이 절망적"이라면서 "임시보호를 위해 120마리가 들어가는 우리에 350마리가 들어가 있다. 수용할 장소가 없다"고 호소했다. 중국 내 한 동물구호단체도 코로나19탓에 최근 1000마리 넘게 임시보호를 하고 있지만 지원 물품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1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홍콩 포메라니안 사례를 두고 사람·반려동물 간 전염 가능성 등을 정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출처 = SCMP]
중국 현지에서는 민심이 흉흉해진 탓에 동물 임시보호가 더 힘든 상황이다. 우한 현지에서는 '고양이가 코로나19를 옮긴다'는 소문이 돌아 길거리에서 고양이를 잡아 죽이는 영상이 나돌기도 했다. 최근에는 홍콩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의 포메라니안 종 반려견마저 양성반응을 보였다는 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가 나와 '사람-반려동물 간 전염' 불안감이 퍼지기도 했다.다만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의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신종질병팀장 대행은 "양성반응을 보인 애완견이 실제로 사람에게 감염된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19)오염 표면에 접촉해 바이러스가 묻은 것인지 여부를 정확히 조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홍콩 사례가 나오기 전 WHO는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한 바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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