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고유정 무기징역에 유족 "얼마나 더 잔혹하게 죽여야 하나"
입력 2020-02-20 17:46  | 수정 2020-02-27 18:05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37살 고유정에게 법원이 오늘(20일) 1심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하자 유족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날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열린 재판을 지켜본 전 남편 살해 사건 피해자 유족들은 판결이 끝나자 아무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법정 밖으로 나갔습니다.

고씨가 지난해 6월 1일 긴급체포되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약 9개월 만에 1심 선고가 나왔지만, 재판을 지켜본 유족들의 응어리진 한을 풀기에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전 남편)의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 그리고 현 남편 등이 재판을 지켜봤고 선고 결과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피해자 남동생은 "재판부의 선고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는 "오늘 재판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며 "얼마나 사람이 더 잔혹하게 죽어야만 사형이 선고되는 것인지 재판부의 양형 기준을 이해할 수도, 신뢰할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의붓아들 살해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현 남편은 울분을 토해내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재판부는 고씨의 전 남편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출한 대부분의 증거를 모두 인정했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현 남편은 충격으로 재판이 끝나도 자리에 앉아서 재판장을 떠나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고 재판장을 나서고 나서도 감정이 격앙된듯 계속해서 눈물을 훔쳤습니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 남편 역시 재판부의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분노를 표시했습니다.

그는 "아들의 부검 결과는 압착에 의한 질식사였다. 사건 당일 제3자의 침입은 없었다"며 "고유정이 무죄라면 누가 우리 아이를 죽였다는 것이냐"고 말했습니다.

그는 "앞으로 열흘 뒤면 우리 아이가 죽은 지 딱 1년 되는 날"이라며 "나는 아빠로서 내 아이가 죽은 이유도 모르는 사람이 돼야하는 건지, 우리 아이 죽음에 대한 진실은 어디서 찾아야하는 것인지, 재판부에 묻고 싶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날 연녹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선 고씨는 재판장이 판결문을 읽는 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재판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고씨는 얼굴을 머리카락으로 가린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고씨는 무기징역이 선고된 순간 별다른 반응 없이 재판장이 묻는 말에만 간단히 답하고 조용히 법정을 나섰습니다.

전남편과 의붓아들 살해 사건 피해자 유족들은 항소할 예정입니다.

전 남편 살해 사건의 변호를 맡은 강문혁 변호사는 "전 남편 살해 사건에 대해서는 예상대로 전부 유죄판결이 나왔지만, 양형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당연히 항소가 있을 것이고, 항소심에서 충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의붓아들 살해 사건을 맡은 이정도 변호사는 "사건 발생 1년이 되도록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개탄스럽다"며 "검찰이 즉각 항소해 진실을 밝혀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초동수사가 제대로 됐더라면 결코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또 오늘의 부당한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심으로 바로 잡겠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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