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기 거지같다"던 반찬가게 사장 말, `팩폭`이었네
입력 2020-02-20 16:22  | 수정 2020-02-20 16:24

문재인 대통령에게 "경기가 거지같다"는 발언을 해 악플 등에 시달린 반찬가게 주인의 말이 통계지표로도 확인됐다. 자영업 부진이 장기화하며 지난 해 4분기까지 전체 국내 가구의 사업소득이 최장기간 하락했다. 향후 발표될 가계소득 통계에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내수부진까지 반영돼 사업소득 추락은 날개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지난분기 가구의 사업소득은 평균 89만1600원으로 전년동기(91만1300원)에 비해 2.2% 감소했다.
사업소득은 지난 2019년 4분기에 3.4% 줄어든 것을 시작으로 5분기 연속 감소 중이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가계소득이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최장 감소기록이다.
가구 사업소득의 증감률은 지난 2017년 4분기에 8.5%로 고점을 기록한 후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하락중이다.

전문가들은 2018년부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시행되고, 주52시간제 적용 논의가 본격화되며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가중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2017년 9월부터 경기지표가 하락세로 전환한 가운데 정부의 무리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추진이 자영업 붕괴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은순헌 통계청 사회통계국장도 "자영업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자영업자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분기 사업소득의 하락세를 이끈 것은 3·4분위 가구로 각각 전년대비 사업소득이 10.9%, 7.0%나 감소했다
. 이는 2018년까지 3·4분위에 속해있던 자영업 가구들의 소득이 악화되며 2019년에는 대거 2분위 가구로 추락한 결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3·4분위 가구 가운데 근로자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분기 각각 34.6%, 27.4%로 전년도 36.0%, 32.0%에서 눈에 띄게 감소했다. 반면 소득 하위구간인 2분위 가구의 근로자외 가구 비중은 41.9%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근로자외 가구 비중이 늘어난 2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전년동기대비 24.7%나 증가했지만, 전체 가구의 사업소득 감소세를 상쇄할 수는 없었다.
오는 5월 발표될 2020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의 사업소득 전망은 더욱 어둡다. 최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집계하고 있는 일일 속보지표 점검결과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숙박·음식업 실적악화, 백화점·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소비위축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2019년 연평균 처분가능소득은 733만9480원으로 전년도 741만4222원에 비해 1.1% 감소했다. 5분위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이 감소한 것은 금융위기가 있던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는 5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조세, 사회보험료 등)이 2018년부터 급격하게 증가한 결과로 해석된다. 5분위 가구의 비소비지출은 소득세와 법인세 최상위구간이 신설된 지난 2018년에 연평균 25.4% 폭등했고, 2019년에도 6.5%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이들 가구소득의 증가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정부가 예산을 풀어 경제를 살린다고 하지만, 경제활동의 성과를 빼앗아 배포하는 것이라면 경제주체들의 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다"며 "진정 경기활성화를 노린다면 고소득층의 세부담을 줄여주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번 가계동향조사로 민간활력이 갈수록 저해되는 것이 확인됐지만, 정부는 재정지원을 통해 저소득 가구의 소득을 강제로 끌어올린 성과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SNS) 계정을 통해 " 소득분배수준을 의미하는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값)이 2018년 4분기 5.47에 비해 금번 5.26으로 줄어들며 개선"됐다며 " 그간 기초·장애인연금 인상, EITC 반기 지급,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 등 고용·사회안전망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온 결과"라 분석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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