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람코 주가는 말한다…원유 VS 셰일 오일대전 승자는 미국
입력 2020-02-20 13:49 

지난해 세계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 '대어'로 주목받았던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주가가 연달아 약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OPEC+) 간 치킨게임이 미국의 승리로 기우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11일 사우디 타다울 증시에 전체 주식의 1.5%에 해당하는 물량만을 상장한 아람코는 2014년 알리바바(250억 달러)를 제치고 IPO 사상 최대 공모금액인 256억달러(약 30조6000억원)을 달성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는 32리얄(1만185원)으로 개장 첫날 상한가인 35.2리얄(1만1203원)까지 10% 가량 급등하며 장을 마감했다. 공모가로 역산한 아람코의 기업가치는 1조7000억달러로 기존 세계 시가총액 1위였던 애플(1조2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국제유가는 약세를 보였고, 아람코 주가도 덩달아 부진을 면치 못하며 공모가에 다가서고 있다.
국제유가는 뉴욕거래소 WTI(서부텍사스유) 선물 가격을 기준으로 작년 10월 초까진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50달러선에 머물러 있었다. 이후 작년 12월 미중 1단계 무역협상 타결과 더불어 올해 1월 초 불거진 이란발 위기가 빠르게 진정되면서 WTI 가격은 1월 6일 배럴당 63.04달러까지 올라섰다.

그러나 1월 중순 이후로 중국발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공포를 전염시키면서 지난 10일 WTI 가격은 49.57달러선까지 후퇴했다. 이에 따라 아람코 주가는 상장 이후 지난해 12월 16일 38리얄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지난 18일 기준 33.2리얄로 12.6% 가량 급락했다.
20일 삼성증권 자회사인 삼성선물은 'OPEC이 미국에 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OPEC 및 러시아의 치킨게임은 미국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이후 공공연히 증산을 선포한 미국과 달리 2017년부터 감산을 이어온 OPEC+에도 국제유가는 큰 상승 압박을 받지 않았고, 미국과 비 OPEC 산유국들의 증산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광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금 유가가 그나마 배럴당 50달러대를 유지하는 이유도 OPEC+의 자발적인 감산 외 미국의 대(對) 베네수엘라·이란 규제에 따른 생산감소 영향이 크다"라며 "OPEC 회원국 입장서는 감산을 단행해도 낮은 유가로 인해 손실이 커지기에 생산을 늘리는 게 자국 입장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가장 유리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증권가는 그간 꾸준한 기술투자를 이어온 미국의 현재 신규 유정 기준 손익분기점(BEP)은 40달러 선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란발 지정학적 위기 고조는 오히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으로 부상한 미국의 장점을 어필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
김 연구원은 "이제는 OPEC의 영향력이 30%도 안되는 상황에서 당장 유가 하락 방어를 위해 감산 합의 가능성을 언론에 흘리며 가까스로 유가를 지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OPEC 맹주국인 사우디가 2016년 이후 석유 의존도를 급격히 낮추고 쿠웨이트와 중립지역 유정 재가동에 나서는 행보 등은 OPEC의 결속력을 가장 해치는 원인이다"고 분석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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