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13만여세대의 주택이 오는 6월까지인 양도세 중과 배제를 위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임대주택자의 물량은 무주택자가 아닌 또 다른 임대사업자에게 가야하는 구조라 정부가 예상했던 물량이 나오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13만여세대는 매년 서울 입주 물량인 4만여 세대의 3배가 넘는 물량이다.
19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16 대책에서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열어주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올해 6월 말까지 조정대상지역 10년 이상 보유 주택을 팔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배제하기로 했다. 이에 해당하는 주택이 약 13만세대다.
지난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12.16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이 상당히 늘어나게 되니까 (오는 6월까지) 주택을 처분할 기회를 드린 것"이라며 "서울 안에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한 아파트가 12만8000세대 정도 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는 주택들이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시장에 나오면 그만큼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로 집값이 낮아질 것으로 본 것이다. 이런 정부의 의도는 올바른 방향이지만, 이를 위한 출발이 틀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실이 국토교통부의 서울 다주택자 보유 주택분을 자치구별로 분석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서 다주택자 12만명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 12만8199세대 중 4만7900여세대가 강남3구와 노원구에 집중됐다. 구별로는 강남구가 1만3800세대로 가장 많았고, 노원구 1만3600세대, 송파구 1만1200세대, 서초구 9300세대 순이었다.
강남3구에 3만4254세대, 즉 27%가 몰린 셈이다. 또다른 집값 급등지인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에는 1만2895세대로 집계됐다.
이 통계에 대해 국토부는 "자치구별 10년이상 물건보유 다주택자수는 추출이 불가능한 자료로, 해당 주택을 어느지역 거주자가 보유하고 있는지는 알수 없다"면서도 "임대사업자 소유 물량 집계는 시간이 소요되는 자료로 공개하지 못했지만, 임대사업자 소유 물량이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 대표는 정부가 양도세 중과 배제로 다주택자 물량이 시장에 나오게끔 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주택은 과태료 등의 문제로 매각이 쉽지 않고, 매각을 하더라도 또다른 임대사업자에게 매매하는 경우가 다수이기 때문에 결국 시장에 나온 물량이 무주택자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다주택자가 구입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주택은 임대사업자 말소 기준에 부합한 경우나 같은 임대사업자에게 양도하지 않고 일반인에게 양도할 경우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정동영 대표는 "연간 주택공급의 한계가 있고, 이미 많은 주택을 다주택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보유한 물량이 대량으로 시장에 풀려 집값을 낮추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집값 안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여전히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으로는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12만세대의 주택이 시장에 풀릴지도 의문이고, 풀린다고 해도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물량이 포함된 상태에서는 주변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