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탄핵 위기 넘자마자 거물급 범죄자 줄줄이 사면잔치
입력 2020-02-19 16:23 
18일(현지시간) 자신의 측근이자 거물급 범죄자들을 줄줄이 사면·감형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 출처 = 백악관·대통령 트위터]

탄핵 위기를 넘어 오는 11월 재선가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거물급 범죄자들을 대거 사면·감형해주면서 대통령이 사면 권한을 남용한다는 야권 비판을 받는 모양새다.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싸려다 오히려 탄핵 위기에 놓인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최근 진지하게 사임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대통령 특별 권한 행사를 통해 총 7명을 사면하고 4명에 대해 감형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이날 백악관이 밝혔다.
지난 2000년 당시 미국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열린 테니스 대회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정크본드의 왕` 마이클 밀켄(왼쪽).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LA타임스]
우선 사면 대상 7명 중에는 미국 증권법을 위반한 죄로 감옥살이를 한 '정크본드의 왕' 마이클 밀켄이 포함됐다. 밀켄은 1980∼1990년대 정크본드(고위험 채권)를 이용한 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해 월스트리트 증권가에서 이름을 날렸지만 1990년 금융사기 등 혐의로 기소됐고 22개월 복역 후 1993년 석방된 다음부터는 자선사업을 하고 있다. 밀켄 사면에 대해서는 월가 출신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밀켄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금융가 중 한 명"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사면에도 불구하고 밀켄에 대한 증권업계 영구 퇴출 조치는 그대로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로풋볼리그(NFL)의 인기구단 샌프란시스코 49ers의 에드워드 디바톨로 전 구단주도 사면했다. 디바르톨로는 지난 수십년간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고 정치자금을 대왔다. 이 밖에 트럼프 대통령은 세금 횡령·사기 등 중범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버나드 케릭 전 뉴욕시 경찰국장도 사면했다. 케릭은 트럼프 개인 변호사인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측근이다.
감형 대상 중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적(政敵)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해온 라드 블라고예비치 전 일리노이 주지사가 선정돼 눈실을 끌었다. 블라고예비치 전 주지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비위 혐의로 14년형을 선고 받고 8년째 복역 중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 대해 야권의 민주당 대선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사면권은 부당한 것을 바로잡거나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 연줄있는 권력자에게 면책권을 주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치 못한 이번 사면·감형이 여권인 공화당 일각에서도 비난을 야기했다고 전했다.
18일(현지시간)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 대변인인 케리 쿠펙은 일단 트위터를 통해 "사임설은 일종의 `루머`"라면서 "법무장관은 사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사진 출처 = 대변인 트위터]
한편 18일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은 윌리엄 바 법무부 장관이 사임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측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AP통신은 바 장관이 사임을 고민하는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 업무에 대한 트윗을 중단하라는 자신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않아 사임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측근을 인용해 전했다. 바 장관은 스스로가 정치권 압박에 굴하지 않는 인물로 비춰지기 바라지만, 바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같다는 지적이 그간 끊이지 않았다.
바 장관은 미국판 사법농단 의혹 속 책임자 지위에 서 있는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감싸기에 나섰다가 법무부 내에서 검사들의 대거 반발을 사고 탄핵 압박까지 받은 바 있다. 지난 10일 법무부 소속 검사들이 러시아 스캔들 관련 위증 등 혐의로 기소된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로저 스톤에 대해 징역 7~9년을 구형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스톤은 결백한 사람"이라고 두둔하며 공개적으로 반발에 나섰다. 이를 의식한 듯 바 장관은 법무부 차원에서 나서서 재판부에 대해 "스톤에 대한 구형량을 낮춰 달라"고 요청고, 담당 검사들이 집단 사퇴를 들먹이며 항명하는 사태가 최근 일어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바 장관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공개 불만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조차 '트럼프 정권의 짜고 치기식 불만'이라거나 바 장관의 책임 회피용이라는 따가운 시선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통령은 형사 사건에 개입할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왔다.
다만 18일, 바 장관 대변인인 케리 쿠펙은 일단 트위터를 통해 "사임설은 일종의 '루머'"라면서 "법무장관은 사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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