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제1노조 괴롭힘 못참겠다" 서울교통公 제2노조, 서울시에 `직장내 괴롭힘` 조사 요구
입력 2020-02-19 12:15  | 수정 2020-03-18 14:21
서울교통공사노조 '노사정 합의 이행하라' [사진 =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한국노총·제2노조)가 지난해 12월 말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 노조원들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사해달라고 서울시에 요구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민주노총·제1노조)와 통합노조가 지난 11월 '운행시간 원상회복 투쟁'을 선포한 뒤 일부 승무사업소에서 휴일대체근무 거부 투쟁에 동참하지 않았던 통합노조 소속 승무원들에 대한 '집단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는 게 통합노조 측의 주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19일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 통합노조는 지난해 12월 30일 서울시에 보낸 '과반수 노조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직장 내 집단 괴롭힘 조치 요구'란 공문에서 "상계·신정·신답 승무사업소에서 특정 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 통합노조 소속 직원들을 향해 비인격적, 인신공격성 대자보를 통로에 부착하고 모욕감과 울분을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 행위를 한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징계와 전보 조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사측이 승무원 운행시간을 12분 연장한데 반발한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그 다음 달인 12월 9일 조합원 투쟁지침 2호에서 '승무조합원은 위법적 근무에 대한 휴일대체근무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시기에 통합노조 소속 승무원들이 대체근무를 수행하자 서울교통공사 노조 소속 승무조합원들이 대자보를 통한 공격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기준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조합원 수는 1만1152명으로 공사 전체 근로자의 65%에 달한다. 이에 비해 통합노조 소속 조합원 수는 2566명(15%)으로 소수다.

매일경제가 지난해 12월 둘째주 이후 신정 승무사업소 내에 게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자보를 입수한 결과,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 승무원들을 향한 압박으로 보이는 게시글이 존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에 붙여진 대자보에는 "어린 후배들의 잇몸에서는 피가 나는데 그 핏값으로 드시는 콩고물은 달콤하시겠다"며 "부디 나중에 자제분들이 물어보면 나는 동료들 등 뒤에 칼을 꽂으면서까지 일했노라고 얘기하는 자랑스런 가장이시기를 빌겠습니다"고 쓰여있었다.
또 "이 시국에 충당을?"이라 되묻는 내용을 포함해 대자보를 작성한 직원 23명의 실명이 함께 게재됐다. 휴일대체근무 거부 투쟁에 돌입했던 교통공사 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 통합노조 소속 조합원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통합노조 관계자는 "대자보에서 우리 조합원들을 특정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승무사업소 내 운용사무실의 현황판에는 휴무 충당자들의 이름이 노란색으로 표시될 뿐 아니라 휴무충당 기록부를 통해 누가 대체근무를 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며 "이는 집단적 명예훼손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매일경제는 반론을 듣기 위해 복수의 서울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공사 상급기관인 서울시는 지난달 2일 해당 공문을 접수한 뒤 상계·신정·신답 승무사업소 내부에 대자보를 부착한 직원 명단과 연락처를 지난달 31일까지 제출하라는 공문을 공사 승무사업소를 상대로 내보냈다. 공사로부터 해당 자료를 받은 서울시는 조사 규모와 방식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됐던 대자보는 다 제거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통합노조 소속 승무원들을 무시하는 기류는 지난달 21일 노조가 업무 거부 방침을 철회한 이후로도 이어지고 있다는게 일선 승무원들의 전언이다. 한 승무사업소에서 일하는 통합노조 소속 모 승무원은 "보통 열차를 타고 내린 뒤 이어 열차에 탑승하는 승무원에게 열차의 이상 유무를 알려주는데, 소속 노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한 마디 말도 안해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합노조 소속의 한 승무원도 "같은 승무 사업소 안에서도 인사 안하기, 눈 안 마주치기, 자리 피하기 등 제1노조원들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조합원도 있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노조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일부 직원들을 비난하는 대자보를 직접 작성하거나 붙인 바 없다"고 밝혔다.
[최현재 기자]
[반론보도] 「[단독]"제1노조 괴롭힘 못참겠다" 서울교통公 제2노조, 서울시에 '직장내 괴롭힘' 조사 요구」 관련
지난 2월 19일자 「[단독]"제1노조 괴롭힘 못참겠다" 서울교통公 제2노조, 서울시에 '직장내 괴롭힘' 조사 요구」 제목의 기사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노조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투쟁에 참여하지 않는 일부 직원들을 비난하는 대자보를 직접 작성하거나 붙인 바 없다"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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