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상장사들 "감사보수 과도"…단체행동 예고
입력 2020-02-18 17:55  | 수정 2020-02-18 19:52
◆ 2020 주총 대란 / 회계감사 보수 논란 ◆
코스피 상장사 A사는 최근 외부 감사인과 감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핵심은 감사 보수였다. 회계법인은 2배가 넘는 보수를 요구했지만, A사가 어려워진 경영 상황을 설명한 결과 전년보다 80% 오른 가격에 계약을 마쳤다. 감사 보수가 급등하면서 상장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표준감사시간제도와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실시로 감사를 꼼꼼히 하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증가한 결과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는 이달 초 2019년 외부감사 대상 기업 평균 예상 감사 보수를 업종별로 집계했다. 대상은 한공회에 2019 사업연도 감사 보수를 신고한 상장사다. 한공회에 따르면 제조, 전기·가스, 도·소매, 정보통신, 건설, 금융·보험 등 모든 업종에서 평균 감사 보수가 인상됐다. 전기·가스 공급과 폐기물 처리는 53%로 가장 인상폭이 컸다. 도·소매업(48%)과 의복·가방·신발(48%), 건설업(46%), 전자부품·통신장비(45%) 등은 인상률이 40%대에 달했다. 고무·플라스틱(32%), 금융·보험(31%), 의료·정밀(31%), 식료품·음료·담배(31%)는 30%대 상승률을 보였다.
감사 보수 인상은 상장사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코스닥협회는 최근 2020년 감사 보수 및 시간 실태 조사 협조 공문을 회원사들에 발송했다. 코스닥협회 측은 "신외감법 시행 후 급격한 감사 보수 인상 요구로 인해 부담을 호소하는 회원사가 증가하고 있다"며 "감사 보수 실태를 조사해 금융당국에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장회사협의회도 금융위원회 등에 감사 보수 관련 의견서를 전달할 계획이다.
감사비용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표준감사시간제다. 한공회는 작년 2월 회사를 기업 규모·업종을 고려해 그룹별로 나눠 표준감사시간을 발표했다. 최소한의 회계감사 품질 확보를 위해 감사시간 하한선을 정한 것으로 2019 사업연도 감사부터 적용된다. 이에 따라 최근 대다수 기업에서 감사시간이 늘어나게 됐고 여기에 시간당 단가를 곱하면 나오는 감사 보수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됐다.

내부회계관리도 감사 비용이 늘어나게 된 원인이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작성한 재무제표 신뢰성에 합리적인 확신을 줄 수 있도록 제정한 내부회계관리 규정과 이를 관리·운영하는 조직을 말한다.
2019 회계연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내부회계제도에 대해서도 감사를 실시해 주총 1주 전까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당연히 해당 기업들로서는 감사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향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대상 기업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도 감사 보수 인상 원인 중 하나다. 이 제도는 회계법인과 기업이 장기간 감사계약을 맺어 둘 사이의 유착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특정 감사인을 6년간 선임한 기업은 이후 3년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하는 다른 감사인을 선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 감사인인 회계법인은 다음 감사인에게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 감사를 할 공산이 크다. 한공회 관계자는 "새 제도 도입 등 시스템 변화로 인해 감사 비용이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명한 회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감사보고서는 주총 핵심 사항 중 하나다. 감사보고서가 완성돼야 주총을 개최할 수 있다. 회계감사인은 외감법에 따라 감사보고서를 해당 회사에 정기주총 1주일 전까지 제출해야 한다.
[정승환 기자 / 우제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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