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배정식 "韓신탁 걸음마 수준…투자자 자금 모아서 운용 가능케 개선을"
입력 2020-02-18 17:43  | 수정 2020-02-18 19:41
◆ 한국은 '신탁' 후진국 (上) ◆
"단순히 규제만 하기보다는 '고객' 중심으로 신탁이 운용돼야 합니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사진)은 '불모지'였던 우리나라 신탁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2010년 금융권 최초로 신탁 상품인 '리빙트러스트'를 선보였다. 이후 '부동산 트러스트' '치매안심신탁' '성년후견지원신탁' 등 생활형 신탁도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나왔다.
최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만난 배 센터장은 "우리나라도 지난해 11월을 기점으로 매달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며 "이제 한국도 신탁으로 죽음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생아는 2만3819명으로 1년 전보다 1482명(5.9%) 줄었다. 같은 기간 사망자는 1238명(5.1%) 늘어난 2만5438명으로 나타났다.
2006년 이미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은 '유언장'을 작성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문구점에 파는 '유언장 키트'를 서로 선물하고 한 번쯤 죽음을 대비해보는 것이다. 일본은 2004년 12월 신탁업법을 개정해 신탁 활성화에 나섰다. 금전신탁과 재산신탁 구분이 사라졌고 유언대용신탁은 물론 특정증여신탁, 교육자금증여신탁 등도 도입됐다.

하지만 한국 신탁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해외와 달리 한국에만 적용되는 규제도 많다.
은행권에서 요구하는 '합동운용신탁'이 대표적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서는 여러 신탁 자산을 합쳐서 한꺼번에 운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쉽게 말해 '공모신탁'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사실상 펀드처럼 판매하는 이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배 센터장은 "일본은 소액이라도 여러 신탁자산을 모아 운용해 수익을 높일 수 있는 반면 한국은 고객마다 별도로 운용해야 하는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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