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 추미애)는 오는 21일 예정된 '전국 고검장 및 지검장 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소 검사 분리' 논의에 대해 검찰 내에서 "회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자 법무부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세여서 추 장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18일 법무부 관계자는 "전국 고검장 및 지검장 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통상 검사장 회의는 공개로 진행된 적이 없지만 (공개 필요성을 주장하는) 검찰 여론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서 장관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공개 방침에 대한 검찰 내부 반응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조만간 회의 공개 여부를 결정해 공지할 예정이다.
검찰 안에서는 이번 회의가 추 장관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형식적인 자리'가 될 것으로 본다. 추 장관이 "여러분 의견 잘 들었다"고 얘기하고 결국은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를 강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간간부는 "검사들은 법무부 제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은데 이를 '반대 의견도 있지만 찬성 의견도 있다'고 받아들인다면 회의 결과가 왜곡돼 발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또 "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가 공개돼야 회의가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검찰 중간 간부는 "비공개회의가 추 장관에게 '검찰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고 말할 수 있는 명분을 주는 것 같다. 실시간 공개가 어렵다면 회의 내용을 사후에 확인할 수 있는 회의록이라도 남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추 장관이 일선 검사들의 '회의 공개'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검사장 회의는 공개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이번 회의만 공개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내부에 '기소권 없는 검사는 사법경찰관과 다름없다'는 반대 의견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검사장님들이 적극적으로 소신발언을 하도록 만들기 위해 (후배들이) 회의 공개요청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해도 참석자들에 의해 회의 내용이 외부로 새어나갈 가능성이 있어 법무부가 공개회의 방안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있다.
법무부는 '전국 고검장 및 지검장 회의' 시간을 변경했다. 애초 오는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계획됐으나, 오후 2시부터 6시까지로 조정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회의 종료 후 추 장관과 회의 참석자 간 만찬자리가 추가로 마련되면서 회의 시간이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의에서 추 장관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관련 하위 법령 제정, 검찰 내 수사·기소 판단 주체 분리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김희래 기자 / 류영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