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감사원·총리실, 新밀월시대 열리나
입력 2020-02-18 14:05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17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김호영 기자]

#MB정부 말기인 지난 2013년 1월.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사업의 감사 결과를 놓고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어 "민간중심으로 재검증을 하겠다" 발표하자 양건 감사원장이 '발끈'했다.
양감사원장은 같은 날 국회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을 놓고 격돌한 것이지만 행정부와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실과 이를 견제·감시하는 감사원은 가까운 듯 하면서도 늘 이렇게 '각'이 서 있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런 총리실과 감사원이 '밀월시대'를 열고 있다. 총리실에서 감사원으로 첫 차관급 인사교류를 하는가 하면 정세균 국무총리와 최재형 감사원장이 직접 만나 식사하며 정책시너지를 위한 의견교류에 나섰다.
최재형 감사원장 [김호영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와 최재형 감사원장은 18일 서울 총리공관에서 오찬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정 총리가 제안했으며 최 원장이 화답해 이뤄졌다. 총리와 감사원장이 단독 회동을 하는 것은 행정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회동은 규제개혁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사회의 적극행정을 독려하기 위해 이뤄졌다. 총리실 관계자는 "법을 바꾸는 규제개혁도 중요하지만 일선 부처와 지자체 공무원들이 적극행정을 통한 유권해석만 제대로 해줘도 규제개선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며 "그런데 대부분이 감사·징계 등을 두려워해 소극적 해석을 한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총리실과 감사원이 수레의 양바퀴처럼 적극행정을 앞으로 나가게 하자. '적극행정 걱정마라, 소극행정 각오하라'는 인식을 공직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최 원장에게 제안했다. 최원장은 "감사원이 먼저 변해서 감사가 부담이 아닌 적극행정 지원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정총리에 화답했다.
지난 주에는 임찬우(55) 총리실 국정운영실장이 감사원 감사위원에 내정되기도 했다. 대구 출신인 임 실장은 성광고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행시 32회로 공직에 들어온 총리실 터줏대감이다. 기획총괄과장과 기획총괄국장에 이어 국정운영실장을 지내 '기획통'으로도 불리는 데 이례적으로 감사원 차관급 자리에 내정된 것이다. 임 실장은 감사원에서 '적극행정 독려'와 '적극면책제도'에 대한 감사원의 이해를 돕고 업무협조 조정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3월 적극행정 모범사례 발굴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규제개선 과정에서 발생한 면책을 결정하는 현장면책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처럼 양 기관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지면서 규제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감사와 징계부담이 줄면서 규제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과 행정부 감시기능이 소흘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교차된다.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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