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2월 14일(16:18)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백판지 생산업체 '세하'의 경영권을 놓고 잠재 매수자들이 본격적인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대주주인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입찰 형태를 경매호가 방식으로 바꾼 데 따른 것이다. 일부 원매자 사이에선 매각 측 눈높이가 충분히 높은 만큼 경매호가 방식이 적절치 않다는 불만도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암코는 최근 세하의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해 '프로그레시브 딜' 절차에 돌입했다. 앞서 본입찰에 참여한 한국제지와 한창제지, 신대양제지, 범창페이퍼월드 등이 그 대상이다. 사모펀드 큐캐피탈파트너스가 보유한 영풍제지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시장 관계자는 "영풍제지의 불참은 이변으로 꼽히지만, 대부분의 원매자들이 본입찰까지 이름을 올렸다"며 "제지 업계에 매물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인수 의지 여부를 떠나 나오는 매물은 무조건 살펴봐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로그레시브 딜(Progressive Deal)이란 매각 측이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 후보를 대상으로 가격 경쟁을 다시 벌이는 방식이다. 낙찰자가 나올 때까지 기한 없이 진행되며, 매각 측이 가격을 높이기 위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경매와 성격이 비슷해 '경매호가 입찰'이라 불리기도 한다.
매각 측이 프로그레시브 딜로 전환한 것은 가격을 높이기 위해서다. 내부적으로 구조조정 부문에서 자금회수에 첫 번째 나서는 사례라 뛰어난 성과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동부익스프레스와 홈플러스, KT렌탈 등이 경매호가 방식을 통해 기대 이상의 가격으로 팔린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매각이 향후 유암코의 자금조달 행보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보고 있다.
원매자 사이에선 유암코의 행보에 볼멘소리도 나온다. 프로그레시브 딜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받으려한다는 이유에서다. 유암코 측은 약 10배의 상각전영업이익 배수(EV/EBITDA)를 적용해 1800억원 이상을 받길 원하고 있다. 이는 태림포장이 세아상역에 매각될 때 적용된 멀티플(6.5배)보다 훨씬 높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는 동종 업계의 멀티플(9.3배)도 상회하는 수준이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설비자산의 연한이 오래돼 높은 가치를 평가하기 쉽지 않다"며 "내수 비중이 높지만 백판지 고객 포트폴리오가 제과 쪽으로 치우쳐있어 한계가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래의 매각 대상은 '유암코워크아웃제일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전문회사'가 보유한 세하 보통주 2118만 47주(지분 71.6%)와 503억원 규모 채권이다. 인수자는 채권을 전액 승계하거나 인수해야 한다.
세하는 백판지 시장 3위 업체로 약 13%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776억원, 영업이익은 1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30%만큼 올랐다. 현금창출력을 뜻하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같은 기간 동안 159억원에서 2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매각 실무를 맡은 삼일PwC는 백판지 산업의 성장성, 신풍제지 생산 중단에 따른 과점체제 개편, 고지가격 하향 추세 등을 내세워 세하의 미래 가치를 마케팅하고 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