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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외인 킹엄 "팀이 원치않을 때까지 있고싶다" [현장인터뷰]
입력 2020-02-18 09:59 
킹엄은 한국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사진(美 베로비치)=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베로비치) 김재호 특파원
한국시간으로 2018년 7월 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LA다저스의 경기. 피츠버그 선발 투수는 1회말부터 흔들렸다. 땅볼 타구를 유도하고도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갔다가 송구를 놓쳤고, 보크로 진루를 허용했으며 이어진 2사 1, 3루에서는 포수가 던져준 공을 받지 못해 실점을 허용했다.
이 신인 투수는 3이닝 8피안타 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7실점(5자책)의 처참한 성적을 남겼다. 팀은 1-17로 졌다.
이 경기에서 난타를 허용한 신인 투수가 바로 닉 킹엄(28)이다. 이번 시즌 SK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맞아요. 그게 나였죠."
SK 캠프가 차려진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컴플렉스에서 만난 킹엄은 미소와 함께 그때를 떠올렸다. 그해 그는 18경기(선발 15경기)에서 5승 7패 평균자책점 5.21을 기록했다.
"어린 시절부터 빅리그에서 뛰는 것을 꿈꿔왔다. 나에게는 정말 멋진 기회였다. 그러나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느라 꾸준한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나뿐만 아니라 나를 도와준 가족들에게도 소중한 기회였다. 더 길게 이어지기를 원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2019년에는 피츠버그에서 14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9.87로 부진했지만,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는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00으로 선방했다. "피츠버그 시절에는 매 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에 시달렸다. 그러나 새로운 팀에서는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이미 방출도 당해봤는걸'이라고 생각했다. 정신적으로 나를 자유롭게 했고, 더 나은 경기력이 나왔다."
그리고 그는 지금 한국 무대에 도전한다. "누가 알겠는가? 만약 내가 빅리그에서 잘했다면 한국으로 오지 못했을 것이다. 주님은 다 계획을 갖고 계시고, 나를 이곳으로 보냈을 것이다."
그의 한국행은 갑자기 이뤄지지 않았다. "2014년에 처음 들었다. 한국에서도 야구를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미국 선수들이 뛰고 있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 정말 멋질 거라 생가했다. 이후 2017시즌이 끝난 뒤 처음으로 제의가 왔고, 가고싶다고 했지만 논의가 중단됐다. 2018년에도 얘기가 나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 나는 40인 명단에 있었다. 그때부터 한국행은 내가 고려하던 옵션이었다."
오랜 고려 끝에 택한 한국팀. 그는 새로운 팀에 순조롭게 적응중이다. "모두가 정말 나를 따뜻하게 받아주고 있다. 팀의 일원이 된 느낌이다. 최대한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종훈은 내 친구다. (박)민호는 잘해준다. 당연히 제이미 로맥도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감독님" "안녕하십니까" 등의 한국말도 자리에서 해보였다.
킹엄은 2018년 피츠버그에서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실망스런 결과를 얻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파이어리츠에서 함께한 조시 린드블럼도 그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조시는 한국행은 엄청난 기회이니 놓치지 말라고 했다. 트리플A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다 보면 안정감을 원하기 마련인데 그렇다면 진지하게 고려하라고 충고해줬다. 팬들도 멋지고, 야구도 엄청나다고 들었다."
린드블럼은 한국프로야구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밀워키 브루어스와 다년 계약에 성공했다. 친구의 성공은 그에게도 엄청난 동기부여가 될 터.
그는 "한 사람이 성공하면, 나도 그렇게 하고싶다. 나는 경쟁자고 야구를 사랑한다"며 이에 동의하면서도 "지금은 이곳에 있고 싶다"며 지금은 SK 선수임을 강조했다. "나는 이 팀이 나를 더이상 원치 않을 때까지 이곳에 있고 싶다. 지금 나는 SK 선수다. 그게 지금 내가 생가하는 전부다."
염경엽 감독은 그와 또 다른 외인 투수 리카르도 핀토를 "이번 시즌의 키포인트"로 꼽았다. 킹엄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성격도 좋다. 리더십도 있다"며 성공적인 적응을 기대했다.
여느 외국인 투수가 그렇듯, 그에 대한 기대치는 하늘을 찌른다. 그도 알고 있다. "모두가 우리의 능력을 믿고 있기에 부담을 주고 기대치를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를 받아들이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매 등판마다 팀을 이기는 위치에 올려놓고 싶다. 공이 좋지 못한 날이라도 최대한 길게 던지며 선발 역할을 하고 싶다"며 새로운 팀에서 맞이하는 시즌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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