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배성우(48)가 누구보다 평범하지만, 이야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특별한 캐릭터 중만으로 돌아왔다.
배성우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에서 사업 실패 후 야간 사우나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나가는 중만을 연기했다. 집에서는 딸의 학비와 생활고에 시달리고, 사우나에서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지배인으로부터 온갖 괄시와 무시를 받으며 팍팍한 삶을 이어나가는 인물을 차지게 소화했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 최근 로데르담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배성우는 가장 늦게 팀에 합류했다. 처음에는 중만 역을 제안받고 출연을 망설였다고. 그는 영화 안에서 중요한 인물이지만 고민이 됐다. 인물이 특징이 없고 매력적으로 와닿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런 배성우에게 극 중 치매 노모로 출연한 윤여정의 말 한마디가 큰 영향을 줬다. 배성우는 시나리오도 보고 원작 소설도 봤다. 그런데 제작자가 원래 알던 친구다. 그 친구가 윤여정 선생님이 좋아한다고, 꼭 하라고 했다고 농담처럼 하더라.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영향도 있었다. 윤여정 선생님을 한 번도 못 만났다. 좋아하는 배우였고 꼭 뵙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여정 선생님과는 너무 좋았죠. 정말 너무 재미있는 분이세요. 모던하고 위트 넘치죠.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위트예요.(웃음) 세련된 그 코드가 너무 재미있어서 좋았어요. 연기할 때는 또 다른 에너지로 다가오더라고요. 앉아 계신 것만 봐도 드라마틱했어요. 선생님과 함께 찍은 신이 많지 않아서 아쉬어요. 다음 작품에서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배성우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원작과 다른 매력 포인트를 밝혔다. 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성우는 촬영 전 김용훈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소통했다. 김용훈 감독은 ‘지푸라가리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로 데뷔했다. 신인 감독과 작업은 어땠는지 묻자 배성우는 신인 감독이지만, 영화판에 오래 계신 분이다. 투자사에 있었다고 들었다. 원작을 읽고 본인이 하고 싶어서 준비했다더라. 원작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소통이 잘 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배성우는 극 중 가장 평범한 중만 캐릭터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단다. 그는 중만은 다른 배역들과 차별화 해야 했다. 관객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했다. 중만의 정서를 받아들이고 몰입할 수 있도록. 중만은 수동적인 인물이지 않나. 그래서 더 나가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원작과 달리 우리 영화는 장르적 쾌감이 크다고 생각해요. 소설과 다른 매력이 있죠. 결말이 훨씬 직접적이기도 하고요. 원작과 비교하면 위트도 있고 템포감과 리듬감이 살아났어요. 매체가 다르니까 여기에 맞는 전개 방식이 필요했죠. 블랙 유머가 들어가기도 했고, 차가우면서 드라이한 정서가 있어요.”(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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