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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전쟁` 베트남전 피해자가 기억하는 그날[MK현장]
입력 2020-02-17 12:41  | 수정 2020-02-17 12:47
사진|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베트남 전쟁 피해자가 증언하는 ‘기억의 전쟁이 스크린의 문을 두드린다.
17일 오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기억의 전쟁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길보라 감독, 한베평화재단 석미화 사무처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남주 임재성 변호사, 베트남평화의료연대 김정우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 전쟁 참전 군인의 손녀인 이길보라 감독이 할아버지의 침묵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베트남에서 듣게 된 50여 년 전 그날의 기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다.
청각장애 부모 밑에서 ‘입보다 손으로 먼저 옹알이를 배운 자신의 자전적인 스토리를 담아낸 데뷔작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주목받았던 이길보라 감독의 작품이다.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비프메세나상 심사위원 특별언급을 수상하며 정치적 문제를 다룬 대담함과 동시에 우아한 접근법을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제19회 인디다큐페스티발, 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등 다양한 영화제에 연달아 초청됐다. 영화 주제뿐만 아니라, 여성주의 다큐멘터리의 영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길보라 감독은 2015년부터 제작 시작했다.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할아버지가 월남 참전 군인인데, 자기를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셨다. 집에서 늘 볼 수 있던 게 훈장이나 표창장이 자랑스럽게 걸려 있었다. 그걸 보고 자랐다. 할아버지가 고엽제 후유증으로 암 투병을 하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제가 20대가 돼서 베트남전에서 민간인 학살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고, 베트남에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베트남에서 탄 할머니를 알게 됐고, 저희 할아버지가 참전 군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제게 밥을 먹고 자고 가라고 하더라.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저런 기억의 태도를 따라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임재성 변호사는 시민 법정하면서 걱정한 건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법정이라고 생각하길 바랐다. 베트남에서 사법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증언도 처음이고 수백 명 앞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을 거다. 남의 언어로 진행되는 법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싶었다. 다행히도 자신의 법정이라고 생각해주고 궁금해 해주고 듣고 싶어 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피해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했다고 하기 어렵지만, 법정에 참가하는 동안은 그런 마음으로 참여해줬다. 이것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실제 소송의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위임장 받는 과정에서도 소송을 빨리 하고 싶다고 하더라. 다양한 방식으로 평가받을 수 있지만, 한국에서 싸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억의 전쟁은 전쟁이 남긴 상흔을 기억하고 있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담았다. 이길보라 감독은 언제 어떤 학살이 있었는지 증언하는 영화가 아니다. 어떻게 기억할까를 주제로 한 영화다. 현지에서 이것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 생존자들의 기억과 한국 사회의 기억, 참전 군인들의 기억, 박물관 들의 기억 등을 보여주면서 어떻게 관객들이 기억할지 생각하게 되는 출발점을 만드는 영화가 되길 바랐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어떤 주제가 선이고 악이고를 나누고자 하는 게 아니다. 처음엔 참전 군인이 무서웠다. 카메라를 발견하면 소리를 지르더라. 카메라를 놓고 도망가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겪었다. 5년동안 촬영하면서 느낀 건 우리 할아버지도 똑같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참전 군인을 이해하게 됐고, 영화를 보고 한 번쯤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석미화 사무처장은 영화에서 참전 군인들이 주장을 폭력적으로, 집회하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영화 본 분들이 참전 군인을 악마화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제가 만난 참전 군인은 많지 않지만, 대부분 전쟁에 대해 성찰하는 분들도 많았다. 어떤 분은 본인이 학살을 경험하지 않았지만, 전쟁이라는 것이 그런 개연성이 있다고 하더라. 한국 전쟁 중에도 민간인 학살이 일어났고, 약자가 희생되는 경우가 많다. ‘기억의 전쟁이 기억에 관한 질문을 했다고 한다. 누구를 악마화하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전쟁을 기억하고, 폭력을 기억하고,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질문을 던졌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기억의 전쟁은 27일 개봉.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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