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중대형 인기 `컴백`…청약가점 중소형 앞질러
입력 2020-02-16 17:20 
한때 부동산시장에서 찬밥 신세로 전락했던 중대형 가구 인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10여 년간 건설사들이 1~2인 가구 증가 등 트렌드에 맞춰 중소형 가구 위주로만 공급해 중대형 가구 희소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청약 대기자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더 넓은 집을 선호하고, 최근 다주택자 규제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열풍까지 겹쳐 중대형 가구 인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16일 부동산114가 지난해 서울 아파트 당첨가점 평균을 분석한 결과 전용 85㎡ 초과 중대형 가구의 평균 당첨 가점(60.9점)이 전용 85㎡ 이하 중소형 가구(52.5점)보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소형 가구가 중대형 가구보다 인기가 높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결과다. 같은 기간 1순위 청약 경쟁률 역시 중대형 가구(38.39대1)가 중소형 가구(25.46대1)에 비해 높았다.
실제로 지난해 분양한 서초구 서초동 '서초그랑자이'는 85㎡ 초과 중대형 가구 평균 가점이 74~75점 수준으로 중소형 가구(63~74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성북구 길음동 롯데캐슬클라시아 역시 중대형 가구 평균 가점(63~70점)이 중소형 가구(58~66점)를 앞질렀다.
이처럼 청약시장에서 중대형 가구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2010년대 들어 건설사들이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중소형 공급을 늘리고 중대형 공급을 꺼린 까닭에 중대형의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85㎡ 초과 중대형 가구 일반분양 물량(특별공급 제외)은 2316가구로 중소형(8472가구)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국토교통부의 연도별 서울 아파트 공급 통계에 따르면 전용 85㎡ 초과 공급 비율은 2014년 17%대에서 2018년 9%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갈수록 다주택자 대출·세금 규제가 강화되면서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중대형 수요가 증가한 것도 원인이다. 중대형이 면적당 가성비가 비교적 좋고 갈수록 청약 대기자들의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한편 59㎡ 이하 소형 가구의 평균 청약 당첨 가점은 48점으로 중대형 가구에 비해 10점 이상 낮았다. 과거에는 소형 가구가 트렌드에 가장 적합하다는 이유로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2~3인 가구가 거주하기에도 다소 애매한 면적이라는 이유로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과거에는 1~2인 가구는 작은 면적에 살고 싶어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고소득자가 증가하면서 이 같은 선입관도 무너지고 있다. 소득이 높고 쾌적한 삶을 추구하는 1~2인 가구들은 넓은 면적에 살면서 방을 개인 공간으로 이용하지 않더라도 서재, 옷방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었다.
이 때문에 청약 가점이 낮은 2030세대는 청약 시 추첨제(50%)가 포함된 중대형 가구에 청약을 하는 것보다 차라리 소형 평형을 노리는 것이 당첨 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는 상황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건설사들이 최근 중소형 위주로만 공급하다 보니 중대형 가구 공급이 줄어들면서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고소득자가 늘어난 것도 한몫한다"고 분석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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