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진자들이 일본 전역에서 빠르게 증가하면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일본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16일 오전 11시 현재 일본내 확진자는 408명에 달한다.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서도 전날 67명에 이어 이날 오전 70명의 추가 감염이 확인됐다.
염려스러운 점은 지난 13일 일본내 첫 사망자가 등장한 이후로 오키나와에서 홋카이도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확진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에 다녀온 이력도 없고 우한 체류자와 접촉도 없어 감염 경로가 확인이 안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일본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상은 "지금까지는 (확진자) 감염경로가 보였지만 이제는 감염경로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껏 코로나19와 관련해 해외에서 일본 열도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데 집중하는 전략을 취해왔던 일본 정부도 조기 발견과 치료에 더 비중을 두기 시작했다.
앞으로 감염경로를 확인해가는 과정에서 접촉자에 대한 조사를 통해 추가 확진자가 크게 늘 가능성도 높다.
일례로 지난 13일 확진판정을 받은 도쿄의 택시운전자의 경우 지난 1월 회사 차원에서 마련한 신년회가 열린 유람선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확인됐다. 해당 유람선은 택시회사 신년회 수일 전에 중국인 관광객이 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신년회에 참석했던 100여명의 택시회사 직원과 가족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추가 확진자가 늘었다. 관련 확진자는 현재 확인된 것만 9명이다. 일본내 첫 사망 사례가 된 가나가와현 80대 여성 역시 신년회에 참석했던 택시운전사의 장모였다. 신년회에 남편과 함께 참석했던 부인을 통해 감염됐을 것으로 보인다.
또 오사카 남쪽의 와가야마현에서는 병원내 감염이 이뤄진 것도 확인됐다. 해당 병원 의사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환자와 병원 의료진 대상 검사에서 현재까지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중에는 병원 의료진의 가족도 있어 얼마나 더 퍼졌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내 의료기관 등에서 발열 증상이 있는 환자를 일반환자 등과 함께 진료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비슷한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염려가 커지고 있다. 와가야마현의 환자 역시 증상이 나타난 후 총 4곳의 의료기관을 방문했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을 통해 집중적인 감염이 이뤄졌던 메르스 때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들 사례 외에도 도쿄 인근의 지바현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남성은 전철을 이용해 도쿄로 통근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또 다른 확진자는 감염 후 출장 때 신칸센을 이용했던 것도 확인됐다. 오키나와의 택시 운전자는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가 기항했을 때 크루즈선에서 내린 승객들을 태웠다 감염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운전자 역시 이후 택시 운전을 계속했다.
일본내 전문가들이 "언제 어느때 감염이 이뤄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모른채 일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어서다.
집단감염이 날로 확산되는 다이아몬드프린세스호에서는 16일 하루에만 70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 정부에서는 16일부터 전체 인원에 대한 감염 조사를 실시해 음성으로 판정되면 예정대로 19일 하선시킨다는 방침이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크루즈선 탑승 자국민 수송 계획을 내놓고 나섰다. 미국 정부에서는 이르면 17일 새벽 출발하는 전세기를 통해 현재 크루즈선에 탑승하고 있는 400명 가량의 자국민을 이송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미국에 도착하는 대로 텍사스의 공군기지에서 다시 2주간 격리생활을 해야 한다. 홍콩 정부에서도 330여명 가량의 자국민을 전세기로 이송하겠다고 16일 밝혔다. 다만 전세기 이송 계획이 알려지면서 일부 미국인들은 SNS 등을 통해 크루즈 잔류 계획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감염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승객들과 여행에 대한 불안감과 2주간 추가 격리 생활을 해야한다는 점에 반발하고 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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