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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2000억 `라임 플루토` 46% 손실…소송·분쟁조정 `실낱 기대`
입력 2020-02-14 17:50  | 수정 2020-02-14 20:18
김정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사모펀드 현황 평가 및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1조 날린 라임사태 ◆
라임자산운용의 플루토 FI D-1호가 최대 손실률 50%, 테티스 2호가 최대 손실률 4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불가피해졌다. 라임자산운용은 작년 10월 펀드 환매 연기를 발표하고 상환 일정을 제시할 당시엔 원금 손실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 했지만 이번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로 펀드 기준가를 조정하게 되면서 전액 손실이 나는 자펀드도 3개 나왔다. 문제는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를 편입한 라임자산운용 자펀드 120개 중 29개가 증권사의 총수익스왑(TRS)을 사용한 펀드여서 기준가격 하락률이 투자자산 가치 하락분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TRS 계약이 종료될 때는 전체 수익 중 TRS 제공사인 증권사가 먼저 정산을 받아간 후 남은 금액을 일반투자자가 가져간다. 이 때문에 라임 AI 스타 1.5Y 1호·2호·3호 등 3개 펀드는 전액 손실이 발생했다. 당초 964억원 규모 라임 AI 스타 3개 펀드의 고객은 최대 147명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TRS를 활용한 라임자산운용의 다른 24개 펀드도 최대 97%, 최소 7% 손실을 볼 수 있다. 24개 펀드의 총 규모는 3800억원가량이다. 반면 TRS를 활용하지 않은 펀드의 경우 톱(Top)2 펀드가 펀드 기준가격 하락폭이 18~48%다.
이 때문에 TRS를 활용한 펀드에 투자했던 라임자산운용 고객들은 판매사를 상대로 대거 소송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플루토 FI D-1호나 테티스 2호 펀드 고객이 2018년 펀드에 투자할 당시만 하더라도 개인투자자나 판매사 직원 사이에서 헤지펀드의 TRS 계약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불완전 판매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모든 사모펀드가 TRS를 끼고 있는 것도 아니고 굳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률을 높이겠다고 TRS를 사용하는 건 운용사 철학의 문제"라면서 "가격이 무조건 오를 것이란 보장도 없는 자산에 대해 손실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TRS 계약을 맺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이미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 우리은행 대신증권의 임원·프라이빗뱅커(PB)를 형사 고소하고, 라임자산운용과 우리은행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그동안 예상 손실 규모가 확정되지 않아 대다수 피해자가 소송 참여 문의만 해왔으나, 17일 이후 이달 말까지 변경된 펀드 기준가격이 판매사로부터 전달되면 소송 참여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판매사를 대상으로 하는 계약 취소 또는 피해배상 소송이 아니고서는 현재로선 피해자가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아 피해자가 대거 소송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소송과 별도의 피해자 구제방법은 판매사의 불완전판매가 입증된 후 금융당국의 조정을 통해 보전받는 방법이다. 이는 금감원이 추가 검사를 통해 불완전판매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가능한 일이다. 금감원은 이를 염두에 두고 라임자산운용 투자 피해자 구제절차에 착수했다. 합동현장조사단을 구성해 3월부터 사실조사에 착수하고, 피해자들의 분쟁조정신청 급증에 대비해 금융민원센터에 '라임펀드 분쟁 전담창구'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무역금융펀드는 불법행위가 이미 상당 부분 확인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내외부 법률자문을 거쳐 이르면 올 상반기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하고 피해구제방안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검토 대상은 사기 및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배상, 착오 등에 의한 계약취소 등의 사안이다.
한편 이날 라임자산운용은 플루토 TF(무역금융) 펀드 역시 50%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TF 펀드에 들어 있는 북미 헤지펀드인 IIG펀드가 공식 청산에 돌입하면서 1억달러의 원금 삭감이 발생했고, 이를 반영해 2월 마지막 주 펀드 가격은 50%가량 하락한다. 여기에 TRS 계약을 감안하면 투자자 손실이 더 커진다.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TF 펀드가 손실이 나면서 이들 펀드를 일부 편입한 2464억원의 크레디트인슈어드펀드 역시 동반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크레디트인슈어드펀드는 플루토 FI D-1호에 719억원, 플루토 TF-1호 펀드에 30억원을 투자했다.
■ <용어 설명>
▷ 총수익스왑(TRS) : 증권사가 펀드 자산을 담보로 자산운용사에 자금을 빌려주는, 일종의 펀드 담보 대출(레버리지)을 의미한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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